미국 상원 민주당이 9일(이하 현지시간) 빈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3조5000억달러(약 4011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 법안을 공개했다.
미 교육과 보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기후위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 법안은 전면적인 영유아 아동돌봄, 미국 각 지방자치 단체 등에 퍼져 있는 전문대학인 커뮤니티칼리지 2년 무상교육, 노인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를 통한 보청기·치과·안과 진료와 안경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표결을 통해 통과가 예상되는 도로·교량·브로드밴드 인터넷 등에 대한 1조달러 지출이 포함된 인프라 투자법안 후속 조처다.
1조달러 인프라 법안과 3조5000억달러 빈곤·기후위기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의 모든 경제공약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한 대응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상원 다수당 대표인 찰스 슈머(민주·뉴욕) 의원이 공개한 이 법안에는 아울러 미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특정 이민자들에게 법적으로 영주권을 주는 방안과 처방약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또 연방정부 유급휴가 강화와 청정 에너지 세제 혜택 방안도 들어있다. 2030년까지 미 전력생산의 80%를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세제혜택 방안이다.
아울러 주택 취득 가능성을 높이고, 기술과 기후위기에 대응한 연구 투자, 그리고 메디케어 대상 연령대 인하 등의 방안도 담겨 있다.
슈머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수천만 미 가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화당은 이 법안을 강력히 성토했다.
대규모 재정지출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공화당이 반대하는 기업 법인세와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 인상이 법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세금 인상과 지출 확대가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상원 소수당 대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이미 미 가계가 높은 물가의 볼모가 된 마당에 수조달러를 더 지출하겠다는 것이냐"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초안에는 그러나 반복적인 미 정부 재정적자 한도 증액 해결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이날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회에 재정적자 한도 증액을 촉구했다.
미 정부 재정적자 증액은 지난달 말로 끝났다.
2019년 7월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간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재정이 고갈됨에 따라 증액이 필요하지만 의회가 새로 법안을 마련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재정절벽이 임박한 상태다.
공화당은 재정절벽을 지렛대 삼아 독주하는 민주당 견제에 들어갔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재정적자 한도 증액과 관련한 도움을 결코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포괄적인 법안을 통해 민주당이 스스로 재정적자 한도도 증액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재정적자 한도 증액을 표결로 밀어 붙이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법안이 부결될 경우 금융시장을 대혼란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공화당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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