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일반세포를 '암킬러' 세포로 만들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0 12:00

수정 2021.08.10 12:00

생명공학연구원, 세계 최초 세포운명전환기술 개발
일반세포를 drNK세포로 8300배 늘려 배양 성공
세포·동물 실험에서 다양한 암치료 효과 보여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조이숙 박사팀은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drNK세포를 만들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조이숙 박사팀은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drNK세포를 만들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일반 세포를 자연살해(NK·암세포 킬러)세포로 직접 바꾸는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기술보다 간단한 공정이며, 고순도의 NK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NK세포를 이용해 세포와 동물 실험을 진행한 결과 높은 항암효과를 거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조이숙 박사팀은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이용해 '유도 자연살해(drNK)세포'를 만들어냈다. 조이숙 박사는 10일 "이 기술이 암세포 치료제에 적용된다면 더 이상 환자의 말초혈액이나 골수의 NK세포를 뽑아 배양하지 않고 일반 세포만으로도 NK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처음 채취한 일반세포를 28일만에 8300배 늘려 NK세포로 배양했다.
또한 배양된 NK세포는 97% 이상의 고순도다.

이는 사람에 직접 투여해 치료할 정도의 양이다. 향후 이 기술로 NK세포를 만들어 암 환자를 치료할 경우 적은 수의 일반세포를 채취해도 치료할 수 있는 양의 NK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존의 세포운명전환 기술은 일반 세포를 유도 만능 줄기세포로 전환해 이를 다시 면역세포로 분화시켜야 한다. 연구진은 이 번거로운 과정 없이 일반 세포에서 바로 NK세포로 바꾸는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이 기술로 특정암 성분을 보다 잘 인식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가 붙어 있는 drNK세포까지 만들어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조이숙 박사(오른쪽)와 연구자들이 drNK세포를 만드는 세포운명전환 기술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조이숙 박사(오른쪽)와 연구자들이 drNK세포를 만드는 세포운명전환 기술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인간의 암세포와 암에 걸린 실험쥐에 CAR drNK세포를 주입했다. 암 종류로는 뇌종양과 유방암, 결장암, 간암, 폐암,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을 비롯해 혈액암까지 모두 실험했다. 그결과 다양한 암에 대해 높은 항암효과가 나타났다.

조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기존 화합물 항암치료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NK 면역세포치료제의 새로운 치료용 NK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온라인판에 3일자(한국시간)로 발표됐다.

한편, NK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다. 또한 다른 면역세포의 증식을 유도하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암이 재발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암 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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