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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걸핏하면 공급 차질, 백신 후진국의 비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0 18:47

수정 2021.08.10 18:47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 사실을 발표한 뒤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 사실을 발표한 뒤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백신주권 시대에 살고 있다. 백신은 자원과 식량, 핵무기와 더불어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그런데 수입백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백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못해 '백신 노이로제'에 걸리기 일보 직전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백신 접종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10일 미국 모더나사의 사정으로 8월 공급물량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 물량이 공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6일 이후 진행될 2차 접종부터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9월까지 한시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상반응 의심사례와 누적 사망자가 늘어나 백신접종도 불안한 마당에 백신 접종일정마저 들쭉날쭉 바뀌면서 피로도가 더 높아졌다.

우리가 모더나와 계약한 백신 물량은 4000만회 분량이다. 지금까지 겨우 245만5000회분이 들어왔을 뿐이다. 모더나는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며 보건당국에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공급일정을 조정한 데 이어 4번째 차질이다.

정부는 백신의 구체적 공급일정은 제약사와 협의를 통해 정해지므로 계약서상에 명시되지 않는 공급차질을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명백한 불평등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조차 어렵다. 백신주권이 없는 나라 위 '슈퍼갑'으로 군림하는 글로벌 백신 제조사의 횡포다. 5조원의 거액을 들여 백신을 구입하면서도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정부는 11월까지 전체 인구의 70%에 대한 접종을 완료,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읊조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의 백신 접종 완료율이 가장 낮다. 지난 8일 0시 기준 접종 완료율은 15%로 세계 평균 접종 완료율(15.3%)에 못 미치는 유일한 OECD 국가가 됐다.
백신 후진국의 비애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안갯속 내년 백신 수급도 불안하다.
국산 백신 개발과 별개로 내년 백신 물량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올해 같은 굴욕적 처지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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