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예상대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경제공약 실천을 위한 첫 단추가 꿰어졌다.
■ 공화 19명 찬성
더힐,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공화당 의원들 상당수의 지지 속에 1조달러 인프라 법안을 가결했다. 찬성 69표대 반대 30표였다.
크리스틴 시네마(민주·애리조나), 롭 포트먼(공화·오하이오) 의원 등 민주당과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이 표결을 주도해 법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19명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찬성에 합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히 견제하는 와중에도 공화당에서 19표 찬성표가 나왔다는 것은 트럼프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통과가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표결에 참가했다. 미 부통령은 당연직 상원 부의장이지만 대개 표결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렇지만 이번에는 법안 통과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나서 찬성표를 던졌다.
■ 인터넷·전기차 충전에 750억달러 배정
CNBC에 따르면 이날 상원을 통과한 인프라 투자법안 가운데 750억달러가 인터넷 투자에 할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수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인터넷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데 따른 것이다.
650억달러가 인터넷 서비스 확충에 배정됐다. 이 가운데 425억달러는 농촌 등 오지와 도시 빈민가에 인터넷망을 까는데 투입되고, 140억달러는 빈곤층의 인터넷 보조금 등으로 지급된다.
전기차 충전소 시설 보급에는 75억달러가 배정됐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가 예상한 규모에는 크게 못미친다. 알릭스는 빠르게 늘어나는 전기차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 500억달러가 투입돼야 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랜섬웨어 공격으로 미국이 기름난을 겪는 등 사이버보안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사이버보안에도 약 20억달러가 배정됐다.
필요한 예산 가운데 약 280억달러는 암호화폐 과세로 충당키로 했다.
■ 하원 민주당은 3.5조달러 복지예산 통과 요구
법안이 비록 상원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여당인 민주당내 진보 의원들이 법안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장도 민주당의 최우선 공약들이 담겨 있는 3조5000억달러 재정지출 법안을 상원이 통과시키기 전까지는 1조달러 인프라 법안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인프라 법안을 2단계로 쪼개어 추진 중이다.
도로·교량·항만 등 인프라에 1조달러를 투자하는 이날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과, 복지·기후위기 대응에 3조5000억달러를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 법안이 그것이다.
첫번째는 이날 상원을 통과했지만 두번째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프라 법안과 달리 복지·기후위기 대응 법안은 공화당의 반발이 거세다.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상원 공화당 대표는 이 법안이 법인세·부유세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키로 한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심각한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며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상원 공화당의 거센 반발은 펠로시 하원 의장이 조건으로 제시한 3조5000억달러 재정법안의 상원 통과가 1조달러 인프라 법안에 비해 훨씬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다.
■ 모멘텀은 바이든과 중도파에
그러나 상원에서 이날 양당 중도파가 주도한 합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정치적 모멘텀은 일단 백악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잡히고 있음이 확인됐다.
바이든과 중도파 그룹이 승리를 거머쥐었고, 바이든 취임 이후 수개월을 공들인 역작이 빛을 발휘했다.
오랜 상원의원 경력으로 의회와 친밀한 바이든이 자신의 경제공약 핵심이 모두 담겨 있는 3조5000억달러의 2차 인프라 방안 통과를 위해 또 다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연초 바이든이 제기한 2조6000억달러 규모에 비해 크게 쪼그라든 규모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교량, 브로드밴드 인터넷, 상수도, 철도 등 기간망을 대대적으로 손 봐 미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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