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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기업의 미래 ‘무형자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2 18:32

수정 2021.08.12 18:32

[fn광장] 기업의 미래 ‘무형자산’
자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충성소비자가 많은 기업 가치는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후하다. 부의 창출에서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의 역할은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의미가 더 크다. 성공적 기업이 되려면 무형자산을 제대로 활용하고 개발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이 쳐준 역사는 오래되었다.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의 인수합병 사례를 보자. 1988년 필립모리스는 치즈, 마요네즈를 생산하던 크래프트 푸즈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격은 129억달러였다. 129억달러 중 유형자산의 가치는 13억달러에 불과했다. 브랜드 가치, 기술, 영업권, 지적소유권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가 90%(116억달러)였다.
데이터 거래 규모가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 규모를 엄청난 배수로 능가한 현실에 와서 무형자산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무형자산은 거래, 가치평가, 담보 인정에 있어서 그 어려움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고 이를 해결할 기준이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제적 과제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무형자산 가치는 얼마나 될까. 회계상에 기록된 무형자산은 제로이다. 하지만 숨겨진 무형자산 가치는 1조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회자된 지 오래다.

과거 제조업 기반의 유형자산 중심으로 기업들이 돈을 벌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테슬라 주가가 높은 것은 지금까지 쌓아 놓은 데이터의 강력한 힘이 한 축이다. 무형자산에 기반한 테슬라 오토 파일럿의 자율주행 능력이 테슬라 주가를 견인해 왔다.

무형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온다. 무형자산이 회사 가치에 대한 통찰력의 기반을 제공하다면 과장일까. 그런 차이가 해당 주식이 비싼지 싼지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전통적 기업가치 평가기준인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대신 PPR(Price Patent Ratio·주가무형자산비율 또는 주가특허권비율)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등장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반론도 있다. 만약 경기 정상화로 시중금리 상승이 지속된다면 기업가치는 무형자산보다 유형자산에 대한 재평가로 관심이 이전될 수 있다. 금리는 무형자산보다는 유형자산의 가치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형자산에 기반한 빅테크 주식들의 성장 가능성이 희석될 것 같지는 않다.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는 비단 주가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경제하에서 많은 기업은 무형자산 개발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므로 제대로 된 세율 부과가 필요하다.

무형자산에 대한 권리는 특수관계 기업 간의 손쉬운 이전을 통해 최종적으로 세율이 제로이거나 저세율인 국가로 이전하여 조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무형자산의 초기가치는 미래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돼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초기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고세율 국가에서 비용을 부풀릴 수 있고, 본격적인 활용이 지속된 이후에는 그 혜택을 저세율 국가에서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업의 이런 조세회피 현상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이유다.
무형자산을 제대로 평가하고 적절한 가치를 부과하고 세금회피를 방지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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