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합훈련 중단을 두고 북한과 한목소리를 내던 중국이 이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그간 원칙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이를 묵인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북중 밀착상황을 감안하면 단호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방위력과 강력한 선제 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향후 군사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 북한과 중국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 왔다. 미중패권 갈등 상황과 북미 간 협상 교착상태에서 상호 간 이해관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서로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모습을 보여왔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훈련은 건설적이지 못하다"며 "미국이 북한과 진정으로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도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지난 11일 '중국 자국 내정에 대한 외부세력의 간섭행위 강력히 규탄'이란 글을 실었다. 그러면서 왕 위원이 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미·일을 겨냥해 한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왕 위원은 당시 신장위구르·홍콩 문제를 거론한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 "중국에 먹칠하는 것은 국제관계 기본 준칙과 국가 주권 평등 원칙에 대한 엄중한 위반이고 파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입장에선 미중 갈등에서 북한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고, 북미협상 교착상황인 북한으로선 중국을 뒷배로 삼고 경제지원 등을 이끌어내며 현재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북한이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게 되더라도 중국은 이를 용인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6~2017년 당시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ICBM)을 감행했을 때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은 북한 경제가 붕괴할 것을 우려해 대북 제재 해제를 촉구해왔고 현재의 동북아 정세는 그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지 미지수이지만 기본적으로 도발을 하게 된다면 중국과 사전에 교감을 하고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북한의 움직임은 단순히 남북관계가 아니라 미중관계 등 전반적인 역내 정세를 고려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북중러 3자관계가 공고화될 가능성 크기 때문에 그 틀속에서 북한은 군사적 옵션을 취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SLBM을 발사한다면 미국과 일본은 반발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대해서 북한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면 국제사회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형식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한편 최근 왕 위원과 싱하이밍 주한 주중대사는 한반도 문제 해결책으로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간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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