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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힘 내홍, 4월 보선 때 예뻐서 표 준 줄 아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6 18:20

수정 2021.08.16 18:20

윤석열은 당권 존중하고
이준석은 심판 역할해야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사진=뉴스1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1 야당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당 대선주자 토론회를 하느니 마느니를 놓고 싸우더니 당대표 탄핵에 이어 전화 녹취록 유출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힘겨루기 양상이다. 국힘은 수권정당을 자처한다. 그만큼 책임이 크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입당(7월 30일)한 뒤 국힘이 보름 남짓 보인 행태는 실망스럽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사실 집권 더불어민주당도 '명락대전'(이재명 대 이낙연 충돌)이라 불릴 만큼 내홍을 겪는 중이다. 원팀 협약식을 갖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감정 대립은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다만 민주당은 유력 대선주자 간 다툼이라는 점이 국힘과 다르다.

국힘은 당 대표와 유력주자, 더 좁히면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대립이다. 우리는 먼저 윤 전 총장 측에 당부한다. 윤 전 총장은 '굴러온 돌'이다. 당권 세력이 텃세를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땐 밖에서 온 사람이 겸손하게 처신하는 게 현명하다. 윤 전 총장은 입당원서를 낼 때부터 '이준석 패싱' 논란을 낳았다. 당대표가 없을 때 원서를 내지 않으면 안 될 긴박한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준석 대표의 '어깃장'은 일정 부분 윤 전 총장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경선 질서를 어지럽혀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젊은 유권자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세를 몰아 6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을 차지했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는 지나치게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다. 대선을 앞둔 당대표의 최대 임무는 첫째 공정한 당내 경선 관리, 둘째 대선 승리다. 요컨대 당대표는 선수가 아니라 심판이라야 한다.

이 대표는 유승민계라는 의심을 산다.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말도 했다. 그런데 당사자인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이 대표를 향해 "말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국힘은 내부에서 치고받을 여유가 없다. 4월 보선 직후 당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4·7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민심을 회복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번 더 강조하자면 4·7 보선에서 유권자들은 국힘이 예뻐서 표를 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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