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또다시 '역사인식 논란'에 휘말렸다. 대선캠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복절을 맞아 윤봉길 의사의 글을 올리면서 안중근 의사 영정이 등장하는 사진을 함께 올린 것이 화근이 됐다.
여권은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혼동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즉각 공세에 나섰지만, 윤 전 총장 측은 "광복절 행보의 의미를 담은 구절일 뿐 안중근 의사에게 술잔을 올리는 글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7인의 영정을 모신 의열사를 찾아 참배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같은 날 캠프 페이스북 계정인 '윤석열 국민캠프' 페이지에 현장 사진 6장을 올렸다. 게시글에 '너희들이 만약 장래에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조선에 용감한 투사가 되어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술잔을 부어 놓아라. 1932년 12월19일 윤봉길 의사'라고 적었다.
문제는 6장의 사진 중 윤 전 총장이 안중근 의사 영정 사진에 술잔을 올리는 사진이 맨 앞에 걸리면서 불거졌다. 윤 전 총장이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혼동한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것이 캠프의 설명이다. 해당 게시글은 17일 현재 사진이 교체됐다.
논란은 여권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 측이 앞서 올린 게시물 캡처(갈무리) 사진을 올리면서 "삭제된 포스팅"이라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이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헷갈리는 '실수'를 한 뒤 '삭제'했다는 해석이 깔려 있다.
김광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15일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이 올린 캡처 사진을 올리며 "윤봉길 의사의 뜻을 담아서 안중근 의사에게 술을 올리는 거. 저만 이상한가요"라고 꼬집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페이스북에 "이제는 웬만한 실수나 실언은 그러려니 하건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라며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건 결례"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역사인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부산 민주공원을 찾아 이한열 열사가 연세대 정문 앞에서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는 모습의 조형물을 보면서 "이건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논란이 커지자 같은 달 30일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입당을 선언한 자리에서 "당시 제가 27살이고 저희 집도 연대 앞이었다"며 "도대체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사진을 모르는 사람이 제 나이 또래 중에 누가 있겠는가"라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2차 역사인식 논란'이 터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우연히 사진과 설명이 불일치하면서 일어난 오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캠프 관계자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은 페이스북에 올린 6장의 사진 중 한 장인데 우연히 맨 앞에 게시됐던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독립운동가 7인의 영정에 일일이 술잔을 올린 것에 대한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캠프 내부에서도 게시물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사진을 교체했다"며 "해당 계정과 게시물에 윤 전 총장이 관여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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