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하는 등 아프간 정부에도 엄청난 위협이 쏟아지며 대통령까지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소명을 다한 여성 장관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아프간 정부 최초의 여성 교육부 장관 랑기나 하미디(45)가 그다.
17일 영국 BBC방송, 조선일보 보도에 등에 따르면 하미디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자택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인터뷰(영국 BBC 방송)에서 "지금 나는 창문에서 최대한 떨어진 복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며 "내일 아침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엄중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인터뷰에서 "내 딸이 꿈꿔왔던 모든 미래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만약 살아남는다면 수백만 소녀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미디 장관은 아프간 제2의 도시로 알려진 칸다하르 시장, 굴람 하미디 칸다하르의 넷째 딸이다. 하미디 칸다하르 시장은 앞서 2011년 탈레반의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했다.
하미디 장관은 1979년 아프간 침공으로 집을 떠난 후 파키스탄 난민촌에서 생활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갔고, 2003년 귀국한 뒤 2008년 여성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위해 공예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 지난해엔 아프간 정부가 들어선 지 20년 만에 첫 여성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하미디 장관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도피 소식에 대해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다"며 "전적으로 신뢰했던 대통령이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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