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동맹국 저버렸다" 비판
탈레반 친중화 가속 땐 中 위상 강화
北, 한·미 균열 획책 강화할 가능성
‘비핵화’ 대미 협상력 끌어올릴 수도
탈레반 친중화 가속 땐 中 위상 강화
北, 한·미 균열 획책 강화할 가능성
‘비핵화’ 대미 협상력 끌어올릴 수도
■ 美 글로벌 리더 위상 타격
이번 사태를 놓고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자국 이익만을 우선시하며 아프간 내 미군 철수를 서두르는 바람에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을 사실상 용인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글로벌 리더국을 자처한 배경에는 겉으로 보이는 국력인 하드파워뿐 아니라 동맹국 보호 관계인 소프트파워도 견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아프간 사태로 인해 글로벌 리더국으로서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다를 게 없다는 비판마저 일고 이다. 인하대학교 반길주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16일 기자와 통화에서 "정의의 전쟁론(Just War Principle) 측면에서도 미군의 대책없는 아프간 철수는 '전쟁 이후의 정의(just post bellum)' 원칙에 대한 심대한 위반"이라며 "이 원칙은 전쟁 이전보다 전쟁 이후가 더 나은 상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대혼란 국면이 오래 지속됐는데 미군은 정치적 안정도, 경제적 인프라 구축도 이루지 못한 채 서둘러 떠나 동맹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친중국 성향인 이란에 이어 탈레반의 친중화가 가속화 될 경우 현재 진행중인 미·중패권 경쟁에서 자칫 미국이 중국에 밀릴 수있다는 지적이다.
반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미·중 패권 경쟁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이용해 탈레반과의 협력을 본격 추진한다면 글로벌 패권다툼에서 중국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반 연구원은 진단했다.
■北, 한·미균열 노릴수도
북한이 아프간 사태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된 틈을 타 비핵화와 관련한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과 탈레반 정권은 공포정치, 게릴라 전술, 사상전 등 여러 면에서 유사점이 많다. 북한이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 사태를 통해 한·미균열, 남·남갈등 획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 연구원은 "북한은 미군 철수로 촉발된 군사적 공백을 이용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것을 보고 한·미를 상대로 싸우지 않고 이겼다는 심리적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북한이 앞으로 한·미 균열과 남·남 갈등 조장을 통해 비핵화 국면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전문가는 "아프간 사태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정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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