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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에 투자로 ‘파이어족’ 이제 사업가로 새 도전합니다 [젊은 그들, MZ세대를 만나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7 18:34

수정 2021.08.17 18:55

<9> 교사 그만두고 주식투자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전인구씨

대학 입학 후 과외·학원강사
공부방 운영하며 투자 눈떠
교사 된 후에도 꾸준히 재테크
재테크 서적만 11권 낸 작가
작년 교사 그만두고 본격 유튜버로
올 3월엔 라이브 커머스 회사 창업
최근 젊은층 주식투자 늘어
지금 당장 돈 못 벌어도
나만의 투자 방식 만들어야
서른넷에 투자로 ‘파이어족’ 이제 사업가로 새 도전합니다 [젊은 그들, MZ세대를 만나다]
20세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전인구씨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전인구 경제연구소'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그의 채널 구독자 수는 45만여명에 이른다.
20세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한 전인구씨는 초등학교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전인구 경제연구소'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그의 채널 구독자 수는 45만여명에 이른다.


경제에 눈뜬 MZ세대는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물가는 무섭게 치솟아 오르는데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연봉 인상률만 바라보고 있으면 수많은 시간 노동을 해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실한 직장인으로 평생 근근이 살아가는 것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해 하루라도 빨리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조기은퇴를 통해 '파이어족'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소망하는 세대.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온라인에는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 등 수많은 재테크 콘텐츠들이 올라오고 있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어린 학생을 가르치던 전인구씨(35) 역시 어릴 때부터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은 소망을 품었다. 20대 초반부터 과외비를 모아 투자를 시작하면서 꾸준히 저축하고 주식과 펀드, 경매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20대 중반 군복무 시절에는 자신이 그간 쌓아온 재테크 지식을 책으로 펴내면서 인기를 얻었다. 최근까지 근 10년간 11권의 재테크 서적을 세상에 내놨고 경제 픽션 소설과 청소년 소설을 한 권씩 발표했다. 2년 전부터는 자신의 재테크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전인구 경제연구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년 전엔 그토록 꿈꿔왔던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경제 전문 유튜버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그의 채널 구독자 수는 45만3000여명이다. 지난 11일 전인구 작가에게 젊은 투자자로서 성공하기까지의 비결을 들어봤다.

―30대 중반에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은 이유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꿈을 가졌었지만 이렇게 일찍 이룰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우연히 자산을 파악해보니 이미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황임을 깨달았다. 이에 직장에 사표를 내고 유튜브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이 싫진 않았다. 오히려 재밌었다. 하지만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직장에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8개월이 걸려 겨우 사직했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활동들을 마무리하고 다시 원래 직업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있다. 어릴 적 꿈꿨던 문학가에 대한 꿈이 아직 남아있기에 후에 섬마을로 내려가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

―21세부터 투자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남들보다 빠른 시기에 투자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제 나이 열다섯살 때 아버지 사업이 크게 망했다. 망한 이유는 사업을 못해서가 아니라 잘되어서였다. 사업이 잘돼 공장을 2개, 3개로 확장했는데 이후 투자자가 아버지에게 금융기법을 활용해 부채를 몰아주고 자산만 가져가면서 다 빼앗겼다. 이후 소송을 했지만 투자자의 형제가 그 지역에 소재한 법원의 판사여서 패소했다. 1년 넘게 할머니·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는데 그때 돈이 있어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과 돈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에도 부모님의 경제적 형편은 안 좋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 학비가 상대적으로 싼 부산교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과외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번에 8개까지 하면서 잠도 거의 못 잔 때도 많았다. 학원 강사도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에 투자한다는 것에 대해 깨닫게 됐다. 제가 열심히 일해 학원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줘도 제게 떨어지는 월급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에 나중에 공부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돈을 크게 벌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도 졸업하고 가족도 도울 수 있었다. 이후 계속해서 교사의 낮은 월급을 메우고 부모님께 집 한채 사드리겠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절약은 기본이고 학교 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 수당도 모으고 재테크도 끊임없이 했다. 이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 월급 사용 설명서'라는 책을 냈는데 제법 많이 팔렸다. 책을 쓰면서 주변에서 재무설계를 부탁하는 일이 많아졌고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투자의 인사이트를 얻었다. 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최근에 '돈의 흐름'이라는 책도 썼다. 돈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돈을 잃는 이유는 눈치를 보다 모든 것이 흘러간 뒤 꽁무니에 들어가서다. 이미 비싼 가격에 사고 남들이 빠져나갈 때 들어가서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다. 공부는 하지 않고 자신감과 경험이 없어서 남들이 돈 번다고 하는 곳으로 그저 들어가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돈의 흐름을 읽는 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는 것인데 그걸 먼저 찾는 눈을 길러야 한다. 또 한 가지 지식과 정보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두려워서 못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이게 돈이 될 것을 뻔히 아는데 확신이 안 서서 지켜봤더니 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보다 먼저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책에서 운명을 걸고 용기를 내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조언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저 역시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쳤다. 운이 좋은 것은 크게 잃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좋은 기회에 많이 노출됐고 또 많이 놓치면서 오히려 절대 놓쳐선 안될 기회를 보는 안목이 생겼던 것 같다. 재테크와 투자 역시 많이 경험을 해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투자해보고 잃고, 벌든, 놓치든 남들이 10번 기회 만들 때 자신은 30~40번의 기회를 만나야 한다. 저 역시 가진 돈이 뻔해서 기회를 놓쳤던 적도 있지만 어떻게든 한 번씩은 기회를 잡아서 지금의 자리에 온 것 같다. 또 저 역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제게 있어 실패란 시간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제 투자는 보수적이다. 손실이 날 확률이 높은 건 애초에 투자를 안 한다. 주식으로 벌었던 것은 7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손실이 났을 때 금세 팔고 정리해서 나갔지만 저는 이게 돈의 흐름이 도착하지 않았을 뿐이라 생각했고 나름의 안전장치를 바탕으로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바로 정리하는 게 맞지만 내가 틀린 것이 아닌데 단지 주가가 오르지 않아 못 기다려 팔고 나오면 실패를 보고 나오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저는 본인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꽁무니를 쫓아가지 않으려는 마인드다. 젊은 사람들에겐 실패도 경험이 된다. 돈을 못 벌고 놓쳐도 경험이지만 뭐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단 본인이 돈을 잃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 남들이 이게 유행한다고 말할 때 그저 따라가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도 편하게 하면 결국 사기 당하거나 망한다. 남들보다 먼저 가서 투자하는 연습을 해보라 하고 싶다. 20대가 가진 시간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남보다 먼저 투자하고 돈의 길목에서 기다리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경제적 자유라는 꿈을 이뤘다. 다음 행보와 비전은 무엇인가.

▲벌써 퇴사를 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면 삶이 되게 재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전혀 행복과 상관이 없더라. 그저 내게 직장이 없어진 것 외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직장을 잃어 슬픈 것들도 많다. 하지만 또 시간적 자유를 얻었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3월에 라이브 커머스 회사를 창업했다. 충분히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도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투자자'보다 '사업가'가 더 멋지다고 생각해서다. 투자자는 이 투자 대상이 매력 없으면 언제든 빠져나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사업가는 사업이 잘못되면 책임지고 살려내야 하는 사람이다. 바쁘지만 하고 싶어서 벌인 일이어서 나름 재미를 느끼고 있다.
투자자로서 뿐 아니라 사업가로도 꿈을 이루고 싶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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