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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황교익 논란, 이재명 용인술 실망스럽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7 18:43

수정 2021.08.17 18:43

지방공사 사장 자리라고
지사 마음대로 해선 안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한 것을 두고 여야 양쪽에서 비판이 나온다. (황교익TV 갈무리)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한 것을 두고 여야 양쪽에서 비판이 나온다. (황교익TV 갈무리)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 지사가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비판은 여야 양쪽에서 나온다. 황씨 내정은 대선 유력주자인 이 지사의 용인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이다. 이 지사가 내정을 철회하기 바란다.


황 내정자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다"라며 보은인사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황 내정자는 부산푸드필름페스타 운영위원장, 해양수산부 명품어촌테마마을 심사위원 활동을 언급하며 "관광도 문화다. 관광 문화에는 좌우도 없고, 정파도 없다"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가 음식에 일가견이 있으며, 음식이 관광의 큰 축임은 맞다. 그러나 황 내정자가 올해로 설립 19년째를 맞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적임자인지는 의문이다.

공사의 설립 목적은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과 관광산업 육성, 주민복지 증진으로 요약된다. 주요사업은 관광자원 개발, 특수관광시설 개발, 남북 관광교류사업, 컨벤션산업 육성 등이다. 국가 차원의 관광진흥법은 관광사업을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 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 카지노업, 유원시설업 등으로 구분한다. 음식도 중요하지만 관광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다. 음식 전문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과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원로 방송인 자니 윤씨를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했다. 윤씨는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활약했다. 자연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랜 해외생활에서 나오는 경험이 관광공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두둔했지만 요령부득이다. 같은 해 박 전 대통령은 역시 대선캠프에서 활약한 기업인 김성주씨를 한국적십자사 총재에 임명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끝판왕"이라고 비꼬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명품 플루트는 최고의 연주가에게 주는 것이 정의"라고 말했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멋진 연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국한하면 맛 칼럼니스트는 최고의 플루트 연주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광산업 육성은 여러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주택 논란에 휩싸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 이 지사도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에게 자진사퇴의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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