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일반 소비자들의 소매품 판매 규모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1인자인 미국 월마트를 추월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언젠가 아마존이 일반 소매분야에서도 오프라인 시장을 압도한다고 예측했으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 금융기업들이 아마존의 실제 온라인 소매 판매 규모를 계산한 결과 오프라인 중심의 월마트 판매액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미 금융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전 세계 아마존 이용 고객들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아마존에서 6100억달러(약 714조원)를 썼다. 17일 실적 공개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 7월까지 1년 동안 5660억달러(약 662조원)의 상품을 팔았다. 이번 집계에는 중국 매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 시장조사기업 마켓플레이스펄즈의 후오자스 카지우케나스 설립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은 직접 보유한 상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동시에 다른 사업자에게 쇼핑 플랫폼만 빌려주기도 한다. 아마존의 직접 판매 매출과 플랫폼 대여 수수료 모두 매출로 간주되기 때문에 재무제표의 매출액만 가지고는 아마존에서 팔리는 상품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JP모간을 포함해 3개 미 금융기업들은 아마존에서 실제 팔리는 상품 규모를 측정해 왔으며 팩트셋은 3사의 자료를 평균해 이번 수치를 얻었다.
과거 1962년 미 아칸소주 벤턴빌에서 시작된 월마트는 방대한 물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990년대에 시어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유통기업이자 오프라인 소매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1994년 등장한 아마존은 온라인 시장을 집어 삼키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뒤바꿨다. 미 시장조사기업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온라인에서 쇼핑한 평균 1달러 가운데 평균 41%가 아마존으로 들어갔고 월마트에 들어간 돈은 7% 정도에 불과했다.
NYT는 아마존의 소매시장 평정이 예상된 결과였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그 시기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월마트 역시 온라인 판매를 늘려가며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인근 월마트에서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내놓았으나 아마존을 당할 수 없었다. 월마트의 매출액은 7월 기준 1년 동안 240억달러 증가했고 같은 기간 아마존에서 팔린 상품 규모는 약 2000억달러 늘었다.
NYT는 이번 통계로 인해 아마존의 독과점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아마존은 그동안 자사가 직접 판매한 매출액만 내놓으며 자신들이 소매시장을 독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지난 2019년 독과점 의혹에 휘말리자 이례적으로 1년 동안 아마존에서 판매한 상품 규모(당시 2770억달러)를 공개했다. 그는 자사를 이용하는 다른 사업자들이 파는 금액이 아마존의 직접 판매 금액보다 많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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