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타투 시술 처벌 악용
타투이스트 4명 중 1명 협박 당해
작년 분쟁 지원·상담만 122건
"시술 합법화로 철저한 관리를"
타투이스트 4명 중 1명 협박 당해
작년 분쟁 지원·상담만 122건
"시술 합법화로 철저한 관리를"
#. 타투이스트 A씨는 지난해 B씨에게 타투 시술을 해준 뒤 "불법 시술로 신고할테니 합의금으로 수백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확인 결과, B씨는 한 달간 12건의 타투 시술을 받은 후, 타투이스트들에게 차례로 연락해 이 같은 요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타투이스트 4명 중 1명꼴로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대법원이 1992년 타투(tattoo)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판례를 근거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되면서 타투이스트들을 상대로 협박성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변심한 고객, 불법 이유로 금품 요구
18일 타투유니온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8일 타투유니온 설립 이후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타투유니온 분쟁중재 담당자들을 통해 타투이스트들이 분쟁 관련 지원·상담을 받은 건수는 122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타투유니온 조합원이 약 4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타투이스트 4명 중 1명꼴로 범죄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또 타투유니온의 법률 대응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오월을 통해 상담·지원을 받은 타투이스트들의 사례는 22건으로 집계됐다.
타투이스트들이 겪는 범죄 피해 중 작업 과정이나 결과, 단순 변심 등을 이유로 손님이 타투이스트에게 '신고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특히 타투이스트인 연인·배우자와 헤어진 뒤 상대방을 신고·협박해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타투 시술을 받은 뒤 신고를 빌미로 돈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잇따랐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이는 전체 타투산업에서 발생하는 법률 이슈의 극히 일부분"이라며 "실제로는 더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범죄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영역 제한.."문제 발생 여지"
타투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투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타투 시술을 받은 사람은 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눈썹 문신 등 반영구 화장 시술까지 더하면 1300만명으로 불어난다.
이처럼 타투를 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타투는 여전히 의사의 영역으로 제한돼 있다.
직장인 최모씨(32)는 "불법 시술로 치부하다 보니 눈썹 문신샵이 오피스텔에서 운영되는 등 오히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타투 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직장인 서모씨(29)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산업도 아니고, 이미 다들 하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같다"며 "차라리 타투이스트들의 타투시술을 합법화해서 제대로 관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는 국내에서 침습적 행위인 타투 시술을 비의료인에게 허용한 적이 없으며, 화공약품을 살 속에 집어넣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지환 대한의사협회 의무자문위원은 "타투 시술은 살 속에 바늘로 화공약품을 집어넣는 것으로,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여지가 있다"며 "대부분 병원에 타투 시술을 후회해 이를 지우려는 사람이 방문하고 있어 문신 사업의 의료계의 이익사업이라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북부지법에서 예정된 김 지회장의 변론기일은 다음 달 10일로 한 차례 연기됐다. 김 지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 소재 있는 자신의 타투샵에서 고객으로 방문한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고, 이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김 지회장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상식선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