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와 여성 인권 신장을 약속한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외출 시 부르카(머리부터 발 끝까지 천으로 감는 이슬람 여성 복장)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이 총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러한 위협에도 자유와 인권 보호를 위해 거리로 나온 아프간 여성들이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19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 매체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올라와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여성들이 시위에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색 통옷인 아바야와 히잡은 착용한 여성 4명이 탈레반에 여권 보장을 요구하는 구호가 적힌 흰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 여성 8명이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몇몇 영상엔 이들 주위에 있는 탈레반 대원들의 모습도 담겼지만, 탈레반 대원들은 이 여성들을 제지하진 않았다. 이를 접한 사람들은 이 여성들을 "영웅들"이라며 치켜세웠다.
이 같은 여성들의 활동은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사회적 변화를 보여준다. 2001년 과거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10세 이상인 여성에게도 교육권이 쥐어졌었다.
미국의 지원이 유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아프간 침공 뒤 거의 20년간 아프간의 여권 신장을 위해 7억8000만 달러(약 9116억 64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며 "여성들은 군인과 경찰이 되고 정계 공직을 맡았으며, 올림픽에 출전하거나 로봇공학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엔 아프간 10대 소녀들이 유럽 최대 로봇공학 경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집권하는 것이 가시화하면서 아프간 여성들의 지난 20년간의 자유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아프간 최연소 시장이자 최초의 여성 시장인 자리파 가파리(29)는 최근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가족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가족을 떠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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