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전국 도시철도 노조가 파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만성적인 적자가 있다. 특히 노인 등 법정 무임수송의 손실이 도시철도 적자구조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적자구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한국철도(코레일)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무임수송에 대한 손실금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무임수송 손실 보전 나서야
22일 서울교통공사 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시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가 81.6% 찬성으로 가결됐다.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 전국 6곳 지하철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정부의 추가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서 총파업 찬반 투표를 했다. 노조법상 무기명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대구지하철노조, 인천교통공사 노조도 과반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이들 6개 노조의 공통된 요구는 무임수송 손실보전이다. 고질적인 재정난의 원인이 노약자 무임수송에 있다며 코레일(한국철도)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손실금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당기 순손실은 1조8005억원을 기록해 전년 1조756억원 대비 1.6배나 늘어났다. 여기에 도시철도법에 따라 코로나19 이전부터 쌓여 온 무임수송 손실분이 지난해에도 4458억원을 기록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정난을 가속화했다.
예컨대 최근 5년(2016~2020년)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액은 연평균 3368억으로 서울교통공사 적자(단기 순손실)의 63-89%를 차지할 정도다.
지자체 관계자는 "무임수송은 노인복지법 등 6개 법률을 통해 복지차원에서 시행되는 국가사무임에도 지원근거가 규정되지 않은 입법 미비 상황"이라며 "동일한 무임수송에 대해서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 기본법을 근거로 국토교통부로부터 무임수송 손실 보전을 받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의역 사고' 재발 우려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2의 구의역 사고'가 현실화된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현재 도시철도에 대한 재정지원은 지자체가 도맡고 있다. 올해 서울시도 상·하반기 각각 5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지원했고 4530억의 공사채를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장기화 중인 코로나19 상황이나 악화된 지자체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면 지자체 지원은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경영 효율화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등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떠밀리듯 추진된 경영 효율화 조치는 인력 감축과 외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무리한 인력 감축과 외주화로 지난 2016년 5월 발생한 '구의역 사고' 근본 원인이었다.
지자체 관계자는 "운영기관 자구노력, 지자체의 재정지원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으나, 무임수송은 정부 정책인 만큼 이로 인한 적자 발생 등에 대해서는 국비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하철 운행을 하루아침에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고 기간 등을 충분히 둔다는 계획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방침을 바꾼다면 파업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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