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여당이 국회 문체위에서 일방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포함돼 있다. 언론 보도로 인한 손해액에 5배까지 배상을 물릴 수 있는 조항이다. 여당은 오보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을 도입의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가짜뉴스 생산의 대종을 차지하는 친여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는 징벌의 대상에서 쏙 뺐다.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만 드러낸 꼴이다.
우리 형법은 명예훼손죄를 통해 악의적 보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언론중재법도 언론중재위를 통해 정정보도 청구 및 반론권도 보장한다. 이중으로 피해 구제의 길이 이미 열려 있는 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는 민형사소송 관련 조항을 '중재'가 본령인 언론중재법에서 다루는 것도 문제다. 언론 자유를 침해할 과잉입법이란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란 얘기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리스트에 언론중재법 개정은 없었다. 그러다 조국 사태 이후 현 정권의 각종 비리와 반칙이 속속 드러나자 강성 친문 의원들이 총대를 멨다.
박용진·김두관 의원을 뺀 여당 대선주자들이 친문의 눈치를 보는 기류라 거여가 끝내 언론중재법 '개악'을 강행할 소지가 농후하다. 그렇게 해서 언론이 옥상옥의 징벌적 배상을 요구받게 된다면?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의 표현처럼 당장 '언자완박(언론 자유 완전 박탈)'이 가시화하진 않을지라도, 권력감시 기능은 서서히 질식사의 위기에 놓일 게 뻔하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에는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판시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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