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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손절' 나섰지만...항서제약 주가 반토막에 중학개미 '울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4 16:20

수정 2021.08.24 16:20

상해증권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상해증권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중국 대형 제약회사 항서제약 주가가 40위안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중국주식 투자자들의 자금이 항서제약에 대거 몰려 있는 가운데 주가는 이미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중국 상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항서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0.02위안(0.04%) 오른 47.2위안에 마감됐다. 지난 19일부터 사흘 연속 하락을 거듭한 끝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 20일 전날보다 9.99%나 급락하며 하락제한폭(10%)까지 떨어진 충격을 회복하는 데엔 실패했다.

항서제약 주가는 올 들어 거듭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리베이트 등 회계 조작 사실이 적발돼 5만위안(약 900만원) 과징금을 문 데 이어 7월 초엔 임기가 절반 가량 남았던 저우윤슈 전 회장이 돌연 사임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다.

실적에서도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나 줄어 11년 만에 역성장을 시현하는 등 부진을 떨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지난해 2·4분기보다 10% 늘었지만 시장의 전망치(컨센서스)를 11% 하회했다.

이로 인해 항서제약의 1~7월 월평균 주가는 지난 1월 주당 109.87위안에서 2월 104.15위안, 3월 92.41위안 등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현재 주가는 연중 고점이었던 지난 1월 7일(115위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항서제약 주가가 주당 46~8위안대로 주저앉은 건 지난 201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중국주식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그간 국내투자자들은 항서제약을 ‘톱픽’으로 꼽고 대규모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은 올해 2월을 제외하고 1월부터 7월까지 매월 항서제약 주식을 사들였다. 항서제약 주식 총 보유액은 지난 23일 기준 4억3200만달러(약 5047억원)에 달했다. 2위 중국국제여행사(약 2500억원)와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압도적 1위다.

매월 주가가 하락을 거듭할 때마다 '저점 매수'에 나선 모습이지만 주가가 한 번도 제대로 된 반등을 보이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결국 6개월 만에 매도에 나섰다. 지난 23일 기준 국내투자자들의 항서제약 순매도액은 390만8500달러(약 46억원)로, 월중이긴 하지만 순매도액이 순매수액보다 두 배 남짓 커진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도 항서제약 주가가 당분간 저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간 30%대 성장률을 기록하던 시기의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실적 수준) 프리미엄을 부여하긴 힘든 구간"이라며 "적정 주가는 60위안 수준"이라고 말했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항서제약 주가는 역사적 주가수익비율(PER) 중하단에 위치한 상황"이라며 "약가인하에 따른 실적 우려가 하반기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중장기 저점을 형성하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항서제약의 장기 성장동력은 혁신 신약 연구개발(R&D) 역량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며 "하반기 추가적인 주가 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매수기회"라고 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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