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의 신(新) 냉전으로 한때 급감했던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숫자가 미국 대학의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다시 급증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는 양국 갈등에도 불구하고 최대 수입원인 중국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미 대학가의 공급과 자녀를 미국에 보내려고 하는 중국 학부모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추정된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미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5월부터 중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6월에 중국 국적자에게 3만3896건의 학생비자(F-1)를 발급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3만4001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F-1 비자 발급 건수는 지난해 6월의 경우 팬데믹으로 미국 주요 대사관들이 비자 업무를 중단하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비자 규제 강화로 8건에 불과했다.
임기 내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던 트럼프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기술 유출의 통로로 지목하면서 비자 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은 무더기로 미국 비자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자 규제는 올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풀리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월 발표에서 중국 등 코로나19로 여행이 제한된 국가에서도 가을에 학기를 시작하려는 학생, 학자, 언론인 등에게는 국익면제 항목을 적용해 미국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 서방 언론들은 미국 대학들이 중국 유학생의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대학가의 규제 완화 조치를 의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38만명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약 9만2000명이 감소했다. 중국인은 미국의 외국 유학생 가운데 약 3분의 1을 차지해 가장 많으며 지난해 기준 외국 유학생 가운데 47%는 중국인과 인도인이었다.
중국 베이징의 교육 컨설팅 업체 뉴오리엔탈 관계자는 “미국 대학들이 올해 가을 대부분 대면 교육을 재개한다”며 “학생 비자는 다시 정상화되겠지만 다른 비자는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민감한 영역의 학부 졸업생들은 비자 발급에 영향이 있겠지만 학부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도 미국 유학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과도한 사교육 비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사교육 금지령을 내렸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 업체 꺼와이 교육 관계자는 “미국 유학은 좋은 일자리 등 다른 나라 유학과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코로나19나 총기 문제, 인종 차별 등 미국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지만 특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부모들 사이에서 미국 유학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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