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동킥보드 주정차 지방선 맘대로... 서울·전북·충북 외 강제 견인 못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5 18:10

수정 2021.08.25 20:21

개인형 이동장치(PM) '강제견인'이 가능한 서울시와 달리 타 지방자치단체는 무분별하게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시민들의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관련 조례가 제각각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견인 조치를 명시하는 '표준조례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서울·전북·충북 외 강제견인 조례 無

25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PM을 강제로 견인할 법적 근거가 있는 지자체는 서울시와 전북, 충북 등 3곳이다. 다만 이들 중에도 과태료 부과에 대한 차이가 있다.
나머지 광역시와 도단위 지자체에서는 조례 제·개정을 준비 중이거나 상위법인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들의 상황을 종합하면 조례 제·개정을 못 한 이유는 '상위법 부재'다. PM에 대한 법적 기준이 불명확해 조례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각 구에서 불법 주정차 된 PM을 '불법 적치물'로 볼지 '불법 주정 차량'으로 볼지 시각이 갈린다"라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도 "주정차 위반 법규가 법률상 얽혀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여부가 미지수인 상황에서 상위법 통과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답한 지자체는 8곳이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서울에 비해 경북에선 PM이 덜 활성화 됐다"며 "통과 여부를 보고 신중하게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조례 제·개정 환경이 다른 점도 이유로 꼽힌다. 충북 관계자는 "불편 접수 빈도가 높은 충주·청주 등 일부에서만 조례가 제정됐고, 이용대수가 적은 시군에는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내 과태료 등 기준이 20년 간 고쳐지지 않아서 조례 개정을 논의하다 보니 용역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지자체별로 각양각색 이다보니 시민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강원 원주에 사는 5살 딸의 어머니 박주연씨(42)는 "불법 주·정차 킥보드로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유치원 버스가 서야 할 도로에 킥보드가 널브러져 있었던 탓이다. 버스가 10m 정도 떨어진 큰 도로에 멈춰 뒤따르던 차들 때문에 아이들이 불안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에게 더 위험

광주 광역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허윤호씨(35·가명)는 지팡이를 이용해 점자블록을 짚으며 길을 찾는다. 지난달 26일 허씨는 점자블록을 따라 걷던 중, 지팡이를 통해 낯선 물체를 느꼈다. 피할 길을 찾다가 발에 무언가 걸려 중심을 잃었다. 전동킥보드였다. 지나가던 행인 덕분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허씨는 "킥보드 발판이 낮아 지팡이로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나섰다. 전국 15개 장애인단체 연합인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지난 6일 국토교통부에 '표준조례안'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 외 지자체들의 대응이 저마다 다른 것이 이유였다. 장애인들과 아이 등 교통약자들이 불법 주·정차돼 있는 전동킥보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지만 바뀌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우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대외협력국 담당은 "다른 시·도 지자체에서는 서울시처럼 불법 주정차 된 전동킥보드를 강하게 규제지 않으면서, 지역마다 편차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표준조례안을 만들게 되면 각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로부터 별도의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빠른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도로교통학과 교수는 "견인 조례 등 불법 주·정차를 해소할 법 제정을 통해 이용자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특별시 정차·주차위반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본격 시행했다.
특정 구역에 방치된 PM에 대해 견인료 4만원과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부과할 수 있다. 지하철역 진출입로와 버스 정류장, 점자 블록 등 즉시 견인구역도 정했다.
이를 어길시 '강제 견인'된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박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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