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전역 장병들 군용물품 반출
軍 내부 안전·안보 불감증 심각
국방부 "탄약 실셈 철저히 확인"
현실 외면한 원론적 입장만 밝혀
軍 내부 안전·안보 불감증 심각
국방부 "탄약 실셈 철저히 확인"
현실 외면한 원론적 입장만 밝혀
국군의 군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엄격히 통제되고 관리돼야 할 탄약류와 총기 부품, 훈련용 수류탄과 실수류탄 부품 등 군용물품이 군부대 밖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방비로 국민혈세 52조8000억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군 내부에서는 안보의식 자체가 썩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군용물품 반출 사례 대부분은 휴가 및 전역 장병 등 '군 내부'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탄약류 84건·총기부품 120건
2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와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한국공항공사의 '안보위해물품(군인) 적발현황 통계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국 14개 공항 보안검색에서 밀반출된 군용물품 총 288건이 적발됐다.
보안검색은 '불법방해 행위'를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무기 또는 폭발물 등 위험성이 있는 물건을 공항에서 탐지·수색하는 절차다. 군용물품은 항공기 안전 위협 및 테러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안보위해물품'으로 분류돼 있다.
최근 4년간 전국 14개 공항 보안검색에서 적발된 군용물품 반출행위 288건은 전체 안보위해물품 보안검색의 31%에 해당한다.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군용물품은 탄약류(실탄, 공포탄)로 84건에 달했다. 특히 기폭장치가 있는 훈련용 수류탄도 2발 발견돼 국군의 안전·안보 불감증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와 함께 총기 부품인 가스조절기 73건, 공이 23건, 기타 총기 부품 24건과 탄창 50건도 발견돼 무기류 관리체계에도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총기 부품은 용수철, 장전손잡이, 고정나사, 총열덮개 등으로 총기 운영에 꼭 필요한 부품이다.
이 외에도 전자충격기 2건, 도검류 2건, 뇌관 1건, 조명탄 1건, 기타 26건 등 광범위한 군용물품 외부 유출이 벌어졌다. 기타 항목은 총기 손질도구와 수류탄 안전핀·머리뭉치, 교육용 조명지뢰 등이 포함됐다.
공항별로는 김포공항이 229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포공항은 군부대가 밀집한 전방부대 장병들이 휴가·전역 시 주로 이용하는 공항인 만큼 관련 적발사례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김해공항 18건 △광주공항 13건 △제주공항 8건 △청주공항 7건 △양양공항 7건 △대구공항 3건 △포항공항 2건 △울산공항 1건 순이다.
다만 해당 군용물품 반출 현황은 엑스선 검색 등 보안검색 시스템을 갖춘 공항에서만 적발된 것으로 보안검색 기능이 없는 기차와 버스, 자가용 등 기타 교통수단을 통한 군용물품 반출행위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 외면’ 국방부, "탄약 실셈 철저"
이처럼 군 장병에 의한 군용물품 반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국방부는 "사전교육과 자체규정에 따른 조치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전국 공항에서 탄약류와 훈련용 수류탄 등이 적발됐음에도 "부대별로 규정에 의한 탄약일일결산 및 실셈 확인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현실을 외면한 답변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출타 장병들에게 출타 및 전역신고와 병행해 사고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출타 시 반출물품을 확인하는 등 자체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 불법반출 등으로 인해 접수된 신고건에 대해 군에서는 자체 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의 현행 사전교육 및 반출물품 확인절차 등에 구멍이 뚫린 것이 확인된 만큼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안보위해물품으로 지정된 군용물품을 소지한 장별들의 항공기 탑승 시도가 계속되자 국방부에 협조공문을 보내 관련 사안 점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공포탄이나 실탄 등 안보위해물품이 공항 보안검색에서 발견된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며 "국방부에 처벌사례 전파와 장병 휴가 및 외출 시 사전교육을 철저히 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전국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역시 "안보위해물품 적발을 위한 공항 운영자의 인적·물적 요소를 투입하고 있다"며 군의 관리 강화를 촉구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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