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입출금 금지도 은행에 맡겨야”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와 관련해 기간연장은 없다는 당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 후보자는 다수의 거래소들이 시중은행이 발급하는 실명계정 확인서 및 계약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해서는 은행들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입출금 금지도 은행에 맡겨야”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 신고를 마쳐야 하는 가운데 신고를 위해서는 실명계정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대부분의 거래소들의 줄폐업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국회 주도하에 신고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은 열어뒀다.
■"신고 일정 유지 바람직"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24일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 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난해 3월 법률 공포에 따라 충분한 신고기간이 주어졌고 신고기간 연장은 국회 결정사항인 만큼 필요시 실익과 문제점을 신중히 고려해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내달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정 확인서 등을 첨부해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63곳 중 ISMS 인증을 받은 곳은 21곳에 불과하다. 실명계정 확인서를 받아 FIU에 신고를 한 곳은 업비트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거래소 줄폐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 후보자는 실명계정 확인서 발급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절차는 은행과 가상자산사업자 간의 사적 계약으로 각 은행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며 금융위 소관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자금세탁방지(AML)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험을 평가하는 모든 책임을 시중은행이 지도록 돼 있어 은행들도 확인서 발급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는 "실명계정 발급에 관한 은행의 심사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기준과 특정금융정보법령에 따른 금융회사의 당연한 의무"라며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 위험을 고려했을 때, 은행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인 입출금 금지' 제안, 은행 판단에 따라 진행"
고 후보자는 최근 농협은행 등이 실명계정을 제공하고 있는 빗썸과 코인원에 확인서 발급 전제 조건으로 트래블룰 도입 전까지 코인 입출금 금지 등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 "일부 은행의 경우 트래블룰 이행 이전이라도 자금세탁 위험성을 낮추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에 대해 사업자들과 협의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농협은행의 이 요구가 가상자산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 특정 거래소에 들어오려는 가상자산을 시스템 상으로 원장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아예 자산을 받지 않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입출금을 막을 경우 한정된 거래소 물량 안에서만 거래가 일어나게 되고 자연히 거래소별로 가상자산 시세가 왜곡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 후보자는 "가상자산 거래는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아 국제적으로 자금세탁 차원에서의 규제 필요성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이러한 국제 동향에 맞춰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하는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신고까지 한달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현재까지 업비트만 유일하게 신고하면서 독과점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고 후보자는 "현재로서는 법률이 정한 요건 및 심사절차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들이 시장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동향 등을 바탕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줄폐업 우려엔 "이용자에게 충분한 고지"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 우려에 대해서 고 후보자는 "현 시점에서는 앞으로 피해 가능성이 있는 재산의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거래하고 있는 사업자가 폐업될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신고된 사업자로 안전하게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줄폐업 시 발생할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에 대한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가상자산 소관 부처 지정에 대한 질문에는 "국무조정실을 주관으로 과기부·국세청·기재부·법무부 등 관계 부처 합동의 범정부 TF를 구성해 대응해 왔다"며 "범정부 TF 논의를 거쳐 '거래투명성 제고를 위한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 관련 업무는 금융위 주관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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