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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수에 느려지는 발걸음, 슬로시티 영월을 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6 14:21

수정 2021.08.26 18:28

강원도 영월을 찾은 여행객들이 동강 어라연 부근에서 래트팅을 즐기고 있다.
강원도 영월을 찾은 여행객들이 동강 어라연 부근에서 래트팅을 즐기고 있다.
상공에서 바라본 어라연 / 사진=조용철 기자
상공에서 바라본 어라연 / 사진=조용철 기자

【영월(강원)=조용철 기자】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강원도 영월은 래프팅 명소인 동강이 압권이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희귀동식물을 비롯해 수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동강은 태곳적 원시의 생태를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다. 구불구불한 뱀 모양의 사행천에 수달과 원앙이 살고, 자연의 숨결을 간직한 동굴과 동강이 어우러진다. 한번이라도 영월 동강을 찾았던 여행객이라면 천혜절경의 계곡과 청명한 공기, 맑은 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영월은 20여개의 박물관이 밀집돼 있는 박물관의 고을이기도 하다.
종교미술, 민화, 사진 등을 전시한 박물관부터 곤충, 지도 등 아이들의 눈길을 끌만한 소재를 전시한 박물관이 지천에 널려 있다.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는, 어라연

영월에는 강이 많다. 오대산에서 시작해 봉평을 지나온 평창강, 횡성에서 출발한 서만이강, 서만이강에 법흥계곡 물을 보탠 주천강, 조양강 물길을 이어받은 동강,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쳐진 서강 등 수많은 강이 영월 땅 구석구석을 적시며 흐른다. 이중 동강은 정선 남쪽 가수리에서 영월을 관통해 흐르는 65㎞의 강이다. 심산유곡을 따라 감입곡류하며 유유히 흐르다가도 굽이치는 동강은 수려한 절경 속에서 레프팅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특히 어라연은 동강의 백미로 손꼽힌다. 인제 내린천, 철원 한탄강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래프팅 코스 중 하나다.

정선 아우라지에서 흘러온 조양강이 가수리에서 남동천과 합류해 평창을 거쳐 영월에서 동강이 되는데, 어라연 계곡은 영월 쪽 하류에서 동강의 대미를 장식하는 계곡으로 골짜기가 깊으면서도 양쪽 기슭의 천길 낭떠러지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늙은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어라연은 동강의 많은 비경 중에서도 명승으로 지정될 정도로 풍광이 수려하다. 어라연은 물길을 따라 래프팅을 하거나 호젓한 강변길을 걸어야만 만날 수 있다. 온통 숲과 물이 어우러지면서 그리는 초록빛과 물 한가운데 솟은 바위가 빚어내는 호젓한 풍경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예로부터 강물 속에 뛰노는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같이 빛난다고 해서 '어라연(魚羅淵)'이라고 불렸다. 물이 맑고 주변 경치가 수려하며, 하천 지형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천혜의 보고이다. 속도감과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동강레프팅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 온 젊은이들이 즐기기 좋은 체험 코스로, 문산나루터에서 섭새나루터까지 10㎞의 동강 어라연 코스가 가장 인기가 좋다.

꼴두바위 / 사진=조용철 기자
꼴두바위 / 사진=조용철 기자
칠랑이계곡 / 사진=조용철 기자
칠랑이계곡 / 사진=조용철 기자

■태곳적 신비 간직한 칠랑이계곡

영월 상동읍 천평리에 위치한 칠랑이골은 태백산 줄기의 험산한 준령이 빚어낸 태곳적 신비를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가 이루는 깊은 그늘과 집채만한 둥근 바위들 사이로 맑고 옥빛의 청정한 물이 쉼 없이 흐른다. 여기에 곳곳에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며 한국의 원시계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칠랑이골은 신라시대에 7명의 화랑이 수련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또 칠랑이골에 7자매를 둔 농부가 살았는데, 계곡물이 맑고 깨끗해 이 물을 먹고 자란 자녀들이 모두 견줄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훗날 대갓집으로 출가해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얘기도 있다.

칠랑이라는 이름은 칠구렝이→치렐→치렝이를 거쳐 칠랑이가 됐다고 전해 내려오며,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신라의 화랑 7명이 이곳에서 무술공부를 해 '칠랑이'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상동읍 구래리 인근으로 가다보면 꼴두바위라고 불리는 거대한 바위와 만난다. 고두암이라고도 불리는 이 바위는 화강암으로 이뤄진 층암괴석의 거암(巨巖)으로, 영월군 상동읍의 명물로 꼽히는데 웅장한 형세와 기묘한 형상이 좌우의 산들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룬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이 1580년(선조 13)경 강원도관찰사가 되었을 때 강원도 땅을 두루 돌아보다가 영월 꼴두바위 앞에 이르러 "먼 훗날 이 바위 때문에 심산유곡인 이곳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바위를 우러러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말처럼 1923년 바위 인근에서 중석(텅스텐) 광산이 개발돼 전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꼴두바위 뒤쪽 골짜기에는 지금은 폐광이 된 대한중석 상동광업소가 있었다.

영월종교미술박물관에 전시된 최바오로 작가의 조각 작품 '오! 주님'
영월종교미술박물관에 전시된 최바오로 작가의 조각 작품 '오! 주님'
동강사진박물관 / 사진=조용철 기자
동강사진박물관 / 사진=조용철 기자

■어른부터 아이까지 천천히 즐기는 영월

영월은 어른부터 아이까지 천천히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의 고장이다. 그중 영월종교미술박물관은 종교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성서를 기반으로 제작한 10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종교미술박물관은 프랑스, 독일, 로마의 목공방에서 도제시절부터 평생을 이어져온 최바오로 작가의 성화와 그만의 창조적 조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수장고에는 약 600여점의 작품이 보관돼 있어 시기에 따라 교체되면서 전시된다.

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은 부산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예수상의 크기가 3m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성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 전시된 제2전시실과 달리 제1전시실에는 불교, 힌두교 등 동서양 종교 작품이 따로 전시돼 있다.

동강사진박물관도 꼭 둘러볼만한 곳이다.
동강사진박물관은 사진의 변천사와 주제별로 다양한 사진작품들이 전시되는 국내 최초의 공립 사진박물관으로 지난 2005년 7월 문을 열었다. 1940~80년대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사진으로 보는 역사, 문화유산자료 등 다양한 기획·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또 200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동강국제사진제 수상작 1500여점도 함께 볼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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