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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인도의 광복절 정신을 찾아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6 18:34

수정 2021.08.26 18:34

[서초포럼] 인도의 광복절 정신을 찾아서
지난 8월 15일 인도는 76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이했다. 광복절 아침 사람들의 시선은 인도 총리가 역사적인 뉴델리의 붉은 요새에서 무엇을 말할지에 집중한다. 이날 총리의 연설은 14명의 전 총리들의 연설과도 비교대상이 된다. 이 광복 방송을 보는 가족 중 나이가 많은 이들은 1947년 8월 15일 자정 인도 초대 총리 네루의 국회의사당 연설 "인도의 운명과의 인연"과 종종 비교하기도 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독립운동의 여러 단계를 말하고, 수천 명의 독립운동가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하트마 간디의 지도력에 대한 언급이다. 사티아그라하(비폭력 저항운동)만으로도 당시 대단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대영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는 자부심은 인류와 현대 문명에 주요한 기여로 보는 이들이 많다. 간디는 리더십을 통해 권력이 반드시 총구에서 흘러나올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이것이 바로 간디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역사라는 한 장에서 높은 도덕적 기준을 만든 것이다. 그 후 인도의 정치사를 보면 간디가 이룩한 경지를 아무도 넘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 중 하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과연 독립은 무얼 의미하느냐인 듯하다. 독립은 단순한 역사적 기념이나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여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인도 독립운동가이자 스승인 '스리 오로빈도'는 이 여정에 대해 "과거의 새벽에 속하지 말고 다가올 미래의 정오에 속하라"고 경고했다.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민주주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간디는 말했다. 그러나 요즘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포퓰리즘에서 볼 수 있듯이 인도에서도 다수결 국가주도 민족주의를 내세워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인위적인 적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사회적 적대감을 키워 민주주의 정신을 왜곡할 뿐이다.

이런 양상들은 우리가 민주주의 헌법의 기둥들이 과연 온전한지 의심케 한다. 헌법은 당시 인도 지식인들이 3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 민주주의 기능에 대한 세부사항까지 세심하게 고민했던 반면 현재 정치인들은 헌법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시끌벅적한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국정 운영에 불만이 있을 때 사람들이 거리에서 평화롭게 시위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인식하는 국민의 기본권리 중 하나다. 그래서 인도의 경우도 농업법을 반대하는 농민 시위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또한 국가가 '페가수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야당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고위 공무원 등을 감시하고 있다는 혐의가 있어 나라 안팎이 소란스럽다. '페가수스'는 이스라엘 사이버 무기회사 NSO그룹에서 개발한 스파이웨어이며 문자메시지 읽기, 통화추적, 비밀번호 수집, 위치추적, 대상 장치의 마이크 및 카메라 액세스, 앱을 통한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발달하는 기술의 길에서 민주주의의 자유수호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민주주의 가치와 시스템 붕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일고 있다. 하버드대 로런스 레시그 교수는 인구의 0.02%가 실질적으로 집권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제는 투표권자가 자기들의 대표를 뽑는다기보다 권력을 가진 집단이 투표권자를 뽑는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투명한 이해는 민주적 통치에 대한 책임이 따라야 빛을 발휘한다.
오늘의 인도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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