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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마켓워치]1년 논의 헛수고..국민연금 안내서 다시 원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8 06:00

수정 2021.08.28 06:00

기업에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 소개·안내인데 '칼질' 요구
시민단체·노동계 등 "기업 의견 반영이 옳으냐"
경영계 "기업 옥죄기보다 발전을 위한 안내여야"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에 소위원회 구성키로
[fn마켓워치]1년 논의 헛수고..국민연금 안내서 다시 원점

[파이낸셜뉴스] 기업에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활동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안내서 마련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년 여간 논의가 헛수고로 돌아간 셈이다. 경영계와 노동계간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에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시 논의키로 했다.

■점진적 수정이냐 급진적 기업옥죄기냐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초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에 간섭 할 수 있는 일반원칙을 제정키로 했다.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자 '기준'을 '안내서'라는 용어로 바꾸고, 독소 조항도 뺐다.


그러자 시민단체, 노동계 등이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25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는 ‘기업정보공개’, ‘업무집행책임자의 임면 승인’,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 ‘주주환원정책 마련’ 등 경영계 의견이 반영돼 수정·보완된 내용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수정·보완 전의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운영에 관한 기준'과 관련 "기업에게 진정 부담으로 작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김태민 변호사),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류기섭 위원장) 등은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투자자(국민연금)가 투자원칙을 수정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동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안내서는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과 관련해 기업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정리하며 보여주는 성격의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안내서를 국민연금 투자기업에게 전달하고, 이해관계자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피투자기업간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수탁자 책임활동은 반드시 이 안내서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내서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방식을 기업에게 소개하는 성격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안내서 서문에 들어간 ‘의의’ 부분에 안내서가 수탁자 책임활동의 전부가 아님을 명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안내서를 기업들에게 전달한 이후, 향후 상황에 맞춰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실장,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 이태희 중기중앙회 상무 등은 "제시된 안내서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기업의 사정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내용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정·보완된 안내서의 내용 수준은 기업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지만, 이 내용을 토대로 기업을 옥죄기보다는 기업이 좀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역할을 기대한다. 현재 내용으로 시작해 향후 경제 및 기업의 발전 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내용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내서 어떻게 수정됐길래
앞서 수정된 안내서에는 등기 이사가 아닌 명예회장 등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등의 위촉도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세부원칙은 삭제됐다.

업무집행책임자의 임면은 당연히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므로, 이러한 원칙을 별도로 규정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경영계의 설명을 수용했다.

주주환원과 관련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합산한 지표인 총주주수익률(TSR)의 적정 수준 유지를 요구하는 세부원칙도 삭제됐다. 총주주수익률이 적정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주에게 관련된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라는 요구다. 총주주수익률이란 주주에 대한 가치창출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합한 수치를 말한다.

자본구조 변경과 관련해서도 '적대적 기업인수 등에 대해 경영진과 이사회를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의 투자기업이 증권의 전환, 신주 인수권 부여, 종류주식 발행 등 자본구조를 변경하는 안을 마련할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되면 안된다는 조항은 남아 있다. 주주가치 훼손 논리로 적대적 M&A에 방어할 자본구조 변경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신주 등의 제3자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경영권의 승계나 적대적 기업인수와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목적이 가미되더라도 적법하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국민연금이 주요 세부원칙을 수정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승계 정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안보다 완화되기는 했지만 안내서는 이사회가 CEO의 유고 등 비상시 혹은 퇴임시 승계 정책을 마련하고 공개를 요구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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