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었다. 신고립주의를 뜻하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대체하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아프간인들을 '탈레반의 폭정'에 방치하는 '졸속 철군'으로 영국·독일 등 동맹국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그러다 반미 기조에서 탈레반보다 윗길인 IS의 테러로 이조차 발목이 잡혔다. 세계 최강국의 자존감이 무너진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IS를 지옥문까지 쫓겠다"고 보복을 다짐하며 눈물까지 떨군 배경이다.
이번 자폭 테러는 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의 소행이었다. IS와 탈레반 모두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단체이지만, 극단주의 경향은 전자가 훨씬 강하다고 한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때 알카에다가 축하 메시지를 보낸 데 비해 IS-K는 "미국과 거래로 지하드 무장세력을 배신했다"며 비난했을 정도다. 앞으로 IS와 탈레반 간 관계 설정의 향방을 놓고도 관측이 엇갈린다. 분명한 건 1년 반 전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평화협정은 이미 휴지가 됐지만, 이번에 IS의 테러로 산산조각 났다는 사실이다.
아프간 정정은 당분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탈레반 측은 이번 테러와 무관하다며 자신들 중심의 새 아프간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 전직 아프간 보안관리는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아프간은 이제 테러리스트, 급진주의자, 극단주의자의 라스베이거스가 됐다"고 했다. IS와 알카에다, 탈레반 등이 뒤엉킨 주도권 잡기 도박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혹시 그렇게 돼 빚어질 아마겟돈에서 아프간의 보통 사람들이 겪을 고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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