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이혼한 전처와의 만남을 요구하며 친딸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박재영 김상철)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의처증에서 비롯한 폭언과 협박으로, 전 아내 B씨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해 지난 1998년 이혼했다.
20년 넘게 B씨와 자녀 2명과 연락없이 지내던 A씨는 자신이 앓고 있는 우울증이 전처 때문이라고 여기고 B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를 받기로 했다.
A씨는 B씨와 자녀들이 살고 있는 서울의 집 주소를 알아내 지난해 9월 직접 찾아가 현관문에 연락처를 적은 메모지를 붙이고 B씨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해당 메모를 보고 연락한 B씨의 딸 C씨는 만남을 거절했다.
협박을 해서라도 B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A씨는 흉기를 준비한 뒤 나흘 뒤 다시 B씨의 집을 찾아갔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려는 친딸 C씨를 발견한 A씨는 흉기로 '집에 들어가라'며 위협했고 C씨가 저항하자 A씨는 C씨의 허벅지와 복부 등을 흉기로 찔렀다.
A씨는 C씨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범행을 멈췄지만, A씨의 범행으로 C씨는 장기까지 손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검찰은 A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범행을 스스로 중단한 뒤 도주하지 않고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며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여러 차례 흉기로 찌르면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했을 것"이라며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살인미수 유죄를 인정했다.
A씨 측은 "음주와 우울증으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도 주장했으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자신을 만나기를 거부하는 전처와 그 가족을 일부러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여러 곳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일을 할 수 없게 돼 직장을 잃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1심은 범행을 스스로 중지하고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징역 5년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 또한 1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다.
2심은 "친딸인 피해자는 중상을 입고 일을 할 수 없게 돼 직장을 잃는 등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피해자 어머니와 동생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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