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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채 총량제' 없앴더니...공기업 금융부채 급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31 15:51

수정 2021.08.31 15:51

지난해 공기업 부채비율 158.1%...공사채 총량제 폐지 후 재급증
코로나 직격탄 맞은 공기업 매출액 전년比 8.2% 급감 166.2조
영업이익률 2016년 11.56%→2020년 3.81%로 급락
기준금리 인상에 금융부채 이자상환 부담 가중 
[파이낸셜뉴스] 비상 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기업들의 빚이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공사채 총량제를 폐지하면서 이자 부담이 높은 금융성 부채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8월 31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36개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158.1%에 달한다. 지난 2011년 163.2%에 달했던 공기업 부채비율은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계획이 마련된 2013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4년부터 감소해 2017년 152.9%까지 감소했다.
2014년부터 공사채가 지속적으로 순상환을 기록했던 원인은 공공기관 정상화와 함께 시행된 공사채 총량제에 있다. 공사채 총량제는 부채대비 공사채 비율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나 2017년 9월 공사채 총량제가 폐지되면서 그 이듬해인 2018년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 공사채 비율 제한이 사라진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를 용인하면서 공사채 발행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공사채 총량제' 없앴더니...공기업 금융부채 급증
이러다보니 공기업의 금융성 부채가 크게 늘었다. 실제 2013년 274조3000억원이던 금융성부채(전체 부채 371조4000억원)는 공사채 총량제 시행 이후 2017년 237조4000억원(363조4000억원)까지 줄었지만, 총량제가 폐지되면서 2020년에는 252조9000억원(396조8000억원)으로 15조5000억원 증가했다. 2020년 기준 금융성 부채가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63.7%에 달한다. 탈원전 등 국정과제 수행 비용,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 등에 따른 비용을 빚을 내 충당한 탓이다
문제는 공기업 실적도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익을 남겨 빚을 상환해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공기업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 181조1100억원 대비 8.2%(14조8500억원) 감소한 166조2600억원에 그쳤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와 그 발전자회사 실적이 크게 줄었고,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레저산업을 영위하는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의 영업이익 급감했다. 이러다보니 수익성 지표도 2016년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6년 최고 11.56%까지 증가했지만 2020년엔 3.82%에 그친다. 이 탓에 공기업들은 지난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25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10년래 전체 공기업 실적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건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마련하기 이전인 2012, 2013년에 이어 3번째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금융성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부담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75%로 지금보다 0.25%포인트(p) 인상키로 확정한 만큼 이들의 금융성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는 이자비용을 수반하는 금융성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차입 등을 통한 무리한 사업 확대를 지양하고 재무건전성의 질적 개선을 유지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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