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아랍 매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8월 31일(현지시간) "미군이 수도 카불의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선언했다. 같은날 다른 대변인인 모하마드 나임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을 통해 "아프간 전체 영토가 탈레반 통제에 있다"며 "마지막 외국군이 아프간을 떠났고 이제 우리나라는 자유와 독립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날 카불 공항을 포위하고 있던 탈레반 병사들은 마지막 미군기가 이륙하자 허공을 향해 총을 쏘며 자축했다. 공항에서는 여전히 탈출을 기다리는 피란민들이 서성였고 카불 시내에는 현금을 인출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섰다.
이달 카불 점령 이후 계속해서 유화적인 모습을 강조했던 탈레반은 외국과 교류에 집중하면서도 서방 대신 중국을 선택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발표에서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이 테러리스트 집결지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중국과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세계가 탈레반이 아프간 안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일단 미군이 점령했던 카불 공항을 정상 운영할 계획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미군 철수 당일 해당 공항에 교통 관제 서비스가 없다며 민항기의 아프간 상공 운항을 금지했다.
아프간 현지에서는 탈레반을 향한 불신이 만연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 점령 이후 과거 아프간 정부 깃발을 흔드는 시위대에게 발포하고 전통 복장을 입지 않은 여성에 총격을 가했다. 현지 의료진과 언론인들은 31일 카불의 국경없는의사회 건물 앞에서 탈출을 지원해달라며 시위를 열고 탈레반 치하에서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AP통신과 접촉한 카불 주민들은 탈레반 점령 이후 정부와 은행이 마비되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프간 정부의 재정을 대던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탈레반이 집권하자 자금 지원을 끊었고 탈레반은 자본 통제를 위해 매주 은행 현금 인출액을 인당 200달러(약 23만원)로 제한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탈레반의 폭정보다 경제난이 더욱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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