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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애호박 된장찌개에 수박화채까지 먹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1 11:00

수정 2021.09.01 11:00

세종과학기지에 보낸 실내농장서 신선 채소 본격 수확
잎채소 매주 1~2kg씩… 애호박 등 열매채소 재배는 처음
[파이낸셜뉴스] 최저기온 영하 25.6도의 혹한인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이 농촌진흥청이 보낸 실내농장에서 채소를 수확하여 애호박 된장찌개, 오이냉국, 수박화채 등을 해 먹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특히 이번에 애호박, 오이, 수박 등 열매채소를 재배해 먹은 것은 우리나라가 남극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농촌진흥청과 극지연구소는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남극세종과학기지에 보낸 실내농장이 본격 가동돼 현지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실어 보냈던 실내농장은 올해 1월 중순 현지에 도착했으며, 2~4월 설치 및 시운전을 마치고, 5월 7일 첫 파종을 시작했다. 이후 농작물이 잘 자라 상추 등 잎채소는 6월부터 매주 1~2kg 수확을 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재배를 시도해 염려가 많았던 열매채소도 오이·애호박·고추는 7월 중순부터, 토마토와 수박은 8월 중순에 성공적으로 수확하고 있다. 현재 17명의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은 실내농장에서 기른 신선 채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고 있으며, 특히 쌈은 물론 찌개나 국, 무침, 주스 등에 넣어 다양하게 해 먹고 있다.

남극세종과학기지 실내농장 관련 사진. /사진=농촌진흥청
남극세종과학기지 실내농장 관련 사진. /사진=농촌진흥청
10년 전 보낸 실내농장이 상추 등 잎채소만 재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보낸 실내농장은 잎채소와 오이·애호박·고추·토마토·수박 같은 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이 실내농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빛의 주기와 세기를 농작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또 농촌진흥청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실내농장 내부의 재배 환경과 생육 상황을 영상으로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어 남극 대원들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시로 컨설팅하고 있다. 규모는 40피트(12×2.4m) 크기의 컨테이너 2개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재배실과 휴게실로 운영 중이다. 예전에 보낸 실내농장보다 재배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현재 남극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 나라의 83개 기지가 운영 중이며, 일부 기지들은 신선 채소 공급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잎채소와 열매채소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실내농장을 구축한 연구기지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남극세종과학기지가 두 번째다.

한편, 남극세종기지는 연평균 4차례 중간 보급을 실시하고 있지만,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신선 채소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접한 칠레나 주변 기지와 왕래가 중단되면서 6개월 넘게 기지에서 신선 식자재를 구경할 수 없었다.
이에 농촌진흥청과 극지연구소는 남극세종기지 대원들에게 신선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남극에 실내농장 보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난 2010년 첫 번째 실내농장을 보낸 데 이어 지난해 성능이 대폭 향상된 두 번째 실내농장을 보내게 됐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실내농장에서 수확한 신선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 드시고, 아무쪼록 건강과 영양을 잘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실내농장 관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농작물 재배가 어려운 극지는 물론 사막 등에 실내농장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은 "대원들이 신선한 채소를 자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기지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이 실내농장에서 푸르른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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