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땅 사들인 뒤 17년째 농사 안 지어…이 대표 “몰랐지만 송구”
■ 위반행위 확인시 '농지 처분의무 부과’
[제주=좌승훈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부친이 소유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소재 토지에 대해 농지법 위반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행정당국에서 청문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시는 6일 청문 절차과정은 개인정보 관련된 사항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위반 소지가 있다면, 토지주가 관련 절차를 따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은 행정기관이 규칙의 제정, 쟁송의 재결, 결정 처분 등의 행위를 행할 때 미리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다.
이 대표 부친도 최근 비대면 청문을 통해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해당 토지가 농지법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모든 농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상 어렵다”며 “만약 조사대상에서 빠졌다면, 토지 거래가 5년 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는 청문 절차를 진행해 소유자인 이 대표 부친이 농지 매입 이후 실제 농사를 짓지 않았거나, 무단 휴경을 포함해 농지법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농지 처분의무 부과’와 같은 행정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농지 소유자의 의견이 적합한지 여부는 별도의 청문주재관이 결정하게 된다.
또 이 같은 처분이 이뤄진 후 1년 내 농사를 시작하지 않는 등 다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행정당국은 재청문에 나서고, 소명이 정당하지 않으면 결국 토지에 대한 ‘처분’ 명령을 내린다.
처분명령을 통보받은 농지소유자가 농지를 6개월 이내에 처분하지 않으면, 개별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처분할 때까지 매년 부과한다.
이 대표 부친은 2004년 1월 안덕면 사계리 1261 일대 2023㎡(612평) 규모의 밭을 사들인 뒤,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당시 평(3.3㎡)당 매입가는 약 25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17년간 직접 농사를 짓거나 위탁 영농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농지법상 일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곤 농지는 직접 농업 경영을 하거나 그럴 사람이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이 대표 부친은 고교 동창의 추천으로 해당 농지를 1억6000만원에 구매했고,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그동안 보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매입 5년 뒤인 2009년 농어촌공사에 위탁 영농을 신청했지만, 장기간 방치된 밭의 상태 때문에 거부당했으며, 이후 잊고 지내 신경을 못 썼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농지 정비 후 6개월 뒤에 재신청하라는 농어촌공사의 통지에도 농지를 정비하거나 위탁영농을 재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토지는 인근에는 서귀포시 유명 관광지인 산방산과 형제섬이 자리잡고 있다. 경관이 빼어나 전원주택 건설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호가가 130만~150만원 수준이며, 매입 당시 보다 5.2~6배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 대표는 최근 의혹이 제기되자 입장문을 내고 “부친의 부동산 매매는 만 18세인 2004년에 이뤄졌으며,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고 그 후에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취재 이후 부모에게 들어 알게 됐다”며 “농지법 위반 소지 등과 관련해 가족을 대신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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