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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우위로 높은 칩 가격을 받는 슈퍼사이클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이 같은 흐름이 업계 전반에 확대되면 시스템반도체 품귀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더 큰 숫자의 실적을 낼 수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재고를 쌓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도체 공급에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업을 희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늪에서 점차 벗어나고 기업들의 칩 재고량이 늘고 있는 가운데 혹 탄 CEO는 "지금과 같은 수요세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칩이 정말 필요한 곳에 전략적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일부 고객사의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시장에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든 주문을 채우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용 무선 주파수 칩을 주로 생산하는 팹리스 업체다.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에서 제품을 만들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스마폰트과 TV용 통신칩 등을 공급하고 있다. 팹리스 업계 매출 순위는 지난해 기준 퀄컴이 194억달러로 1위에 올랐고, 이어 브로드컴(177억달러), 엔비디아(154억달러), 미디어텍(109억달러), AMD(98억달러) 순이었다.
반도체 업계는 브로드컴과 같은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 조율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칩 생산 단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TSMC는 공정에 따라 15~20%씩 가격을 인상했다. 내년 1·4분기부터 인상된 가격이 반영될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3·4분기 주문부터 즉시 적용되고 있다. 이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중국 SMIC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 인상 계획을 전달했고, 삼성전자도 TSMC와 비슷한 폭으로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에서 파운드리로 이어지는 반도체 업계에선 각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치열한 협상전을 벌이면서도, 한편에선 공급과잉이라는 '공공의 적'을 피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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