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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비료값 14.8% 인상…제주 월동채소농가 ‘화들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7 20:04

수정 2021.09.07 20:04

비료업계, 원자재값 상승에 농협 계통 구매단가 인상 요구
농민 판매가 평균 9.4% ↑…농민단체 부담 과중 철회 촉구
제주시 구좌읍 당근 수확 현장 /사진=fnDB
제주시 구좌읍 당근 수확 현장 /사진=fnDB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지역 농민들이 농협경제지주가 무기질비료(화학비료) 구매가격 인상과 함께 농민 공급가격을 올리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월동채소 파종을 앞둔 농민들은 최근 지역농협에서 발송한 문자 메시지로 비료 판매가격 인상 내용을 확인한 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7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화학비료 35개 상품의 계약공급가격을 평균 14.8% 인상했다. 다만 대농업인 판매가격은 부담 해소를 위해 9.4% 인상했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라 실제 구매가격은 평균 37.5% 인상돼야 하나, 비료업계 측에서 22.7%를 부담키로 하면서 인상률을 억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비료협회는 지난 4월부터 국제 원자재와 해상운임 가격 급등, 수급 불안으로 업계 경영난이 악화돼 계통구매 단가를 비료 종류별로 25%~40%까지 인상 조정의 여지를 줘야한다고 농협경제지주를 압박해 왔다.

비종별 판매가격 인상률은 ▷요소 14.8% ▷21-17-17 복합비료 12.7% ▷맞춤형 비료 11.8% ▷수의시담(가격협의) 기타 비종 2.5% 수준이다. 인상된 가격은 오는 18일부터 적용된다.

농협경제지주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농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비료 공급 성수기 이후로 판매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면서도 “추후 화학비료 원자재 수급이 원활해지고 가격이 안정된다면 내년 계통구매 계약 단가도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농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농협경제주지주가 농민들을 외면하고 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며 강력 규탄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농협경제지주의 비료가격 기습 인상을 규탄했다. 이들은 “제주 월동작물 파종 시기에 기습적으로 무기질비료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영농비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비료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제주 전역에서 월동채소 재배시기를 앞두고 무기질비료 가격이 크게 올라 생산비 부담이 클 것"이라며 “비료가격이 이렇게 한꺼번에 크게 인상된 적이 없다. 이번 단가 인상을 계기로 비료를 포함한 농자재 원가 공개를 요구할 것이며, 정부와 농협은 비료를 포함한 농자재를 공공재 영역에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협은 올해 계약체결한 대로 가격인상을 철회하고 농자재가격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전국적으로 비료·농자재값 인하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도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갑자기 비료값이 인상돼 농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인상 시기도 적절치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월동채소 파종을 앞둔 농가들은 당장 큰 부담을 안게 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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