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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올림픽 초청장·다른 손엔 K팝 규제[차이나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8 12:18

수정 2021.09.12 13:07

- 웨이보 조치는 결국 中정부 의지
- 왕이 방한 반중정서 고조될 듯, 중국내 외국 투자 걸림돌
[서울=뉴시스] 블랙핑크.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블랙핑크.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자국 연예인을 상대로 한 옥죄기를 K팝으로 확대하면서 가뜩이나 불안정한 한중문화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중 양국이 수교 30주년을 맞아 올해와 내년을 한중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규제는 신뢰 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14~15일 방한할 때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초청장을 들고 올 것으로 추정된다. 이럴 경우 자국 스포츠문화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면서 이웃 국가의 문화는 배척하는 이중적 행태 비판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리스크로 인식되면 경제 당국이 연일 외치는 ‘외국자본 투자 확대’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 있다.


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 비행기. 2021.09.06. (사진 = 웨이보 캡처)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 비행기. 2021.09.06. (사진 = 웨이보 캡처)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웨이보 조치는 결국 中정부 의지
8일 중국 매체를 종합하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최근 방탄소년단(BTS)과 NCT, 엑소, 아이유 등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1개에 대해 무더기로 정지 조치를 내렸다. 명분은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는 것이 골자다. 웨이보는 문제가 되는 내용도 삭제했다.

웨이보의 한국 연예인 때리기는 사실상 중국 정부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의 지시를 받았거나 당국의 의중을 읽고 알아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내에선 정부가 반독점과 공정거래를 이유로 이들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게 무제한적 압박을 가하면서 ‘복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중국 감찰·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달 말 논평에서 “충성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당의 말을 잘 듣고 따라 가느냐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중국에선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몰락의 길을 걷는 사례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웨이보의 조치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스타 추종 문화는 한국이 근원이며 중국 당국이 벌이는 연예계 정화 캠페인에서 한국 스타들이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K팝 산업에 추가 타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청년보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과 일본 비즈니스 모델의 조작, 세뇌교육 등과 같은 결함이 개선되지 않은 채 중국으로 유입됐다고 비판했다.

중국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베이징 칭화대학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2021.07.04 /사진=뉴시스
중국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베이징 칭화대학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출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2021.07.04 /사진=뉴시스

■왕이 방한 반중정서 자극, 중국투자 걸림돌
그러나 이 같은 한국 연예인 압박은 ‘2021~2022년 한국문화교류의 해’를 양국 정상이 함께 선포한 취지와 다소 어긋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중 양국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너고, 손을 잡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중문화교류의 해 정식 시작을 문 대통령과 함께 선포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상무위원 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지난해 말 박병석 국회의장과 화상 회담을 열고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계기로 각 분야의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한중 양국은 지난달 24일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위원회가 내년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일(8월 24일) 전에 마련할 향후 30년간 양국관계 로드맵에는 사회문화 분야도 포함된다.

왕이 외교부장 방한이 반중 정서를 자극할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중국 정부의 K팝 규제 보도 이후 한국 네티즌들은 한중 외교부 장관의 회담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왕 부장의 한국 방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착, 한중우호 재확인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 대통령의 올림픽 시기 방중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기간 동안 한중 문화교류의 해와 관련해 한중 인문교류촉진위원회도 열린다.

하지만 왕 부장이 자국 규제당국의 K팝 압박을 외면한 채 베이징동계올림픽 등에만 관심을 기울일 경우 한국 내 여론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류허 부총리 등이 강조하는 외국투자 활성화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팬덤 문화 정화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등 외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경제계 관계자는 “중국의 행동은 한 손엔 올림픽 초청장을 내밀면서 등 뒤에는 둔기를 숨기고 있는 셈”이라며 “결국 종착점은 시 주석을 제외한 다른 어떤 분야와 인물의 영향력 확대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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