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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책연구소도 꾸짖은 부동산 실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8 18:14

수정 2021.09.08 18:14

"징벌과세는 애먼 칼"
직언에 귀 기울이길
3개 국책연구기관이 최근 합동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재건축을 준비 중인 한 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소에 적힌 잔뜩 오른 아파트가와 전세가 쪽지. /사진=뉴스1
3개 국책연구기관이 최근 합동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재건축을 준비 중인 한 아파트 단지 공인중개소에 적힌 잔뜩 오른 아파트가와 전세가 쪽지. /사진=뉴스1
국책연구기관들이 뒤늦게 문재인정부의 외골수 부동산 정책에 경종을 울렸다. 시장 변화에 눈감고 규제와 과세 위주로 대응하다 실패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주관으로 국토연구원·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작성해 지난달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임기 말 문재인정부가 이제라도 3개 국책연구기관들이 한목소리로 낸 쓴소리에 마땅히 귀를 기울일 때다.

3개 국책연의 이번 합동 보고서는 전례 없이 신랄했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 과도한 금융규제, 임대차 3법, 공공주택 중심 주택공급 등 현 정부의 주택정책 거의 모두에 메스를 댔다. 그러면서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두루뭉술한 대책을 제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동산 실정을 국민의 탓으로 전가했다"고 직격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으니 속히 새 길을 찾으라는 고언이었다.

3개 국책연의 이번 진단은 만시지탄이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사실 현 정부 들어 26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주택 보유자나 무주택자 할 것 없이 다수 국민은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은 지 오래다. 국민은행과 부동산114가 집계한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시세를 보라. 8월 기준으로 3.3㎡(1평)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빌라 지하층도 전세가가 1억원을 웃도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것이 서울 집값을 잡는다며 대출을 조이고 과세를 강화한 결과라면 참담하다. 무주택 서민이 전국 어디에서도 내 집 마련은커녕 전셋집 얻기조차 어렵게 되는 역설을 빚은 꼴이어서다. 그러니 이번에 3개 국책연도 전국적 집값 급등을 "정부의 정책 오류, 심지어 '의도적 정책 실패'"라고 평가했을 법하다. 이쯤 되면 정부로서도 유리한 통계수치만 들먹이며 변명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더욱이 거대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속속 두드러지고 있다. 오죽하면 "스스로 소유자 적대적 또는 반(反)자유적 이미지에 갇히게 된 측면이 강하다"고 정부를 질책했겠나. 그런데도 혹시 정부 일각에서 전세대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여간 황당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3개 국책연구기관들이 이번에 보고서를 통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 들었다"고 비판한 대목의 함의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반시장적 정책의 부작용을 깊이 성찰해 부동산 규제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는 충고다. 그 연장선에서 국민의 내 집 마련 꿈과는 거리가 먼 공공 중심의 주택공급보다 민간공급 확대에 나서라는 제안도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임기 말인 문재인정부가 더 늦기 전에 두더지 잡기 게임식 시장개입 대책을 지양하고 더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 전환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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