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인 루시 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8일(이하 현지시간) 한국계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다.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시 고(53·한국명 고혜란) 판사를 비롯해 "자질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하며, 법치와 헌법에 헌신적인" 후보 8명을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 가운데 고 판사가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근무하게 된다"면서 "캘리포니아 제9 순회법원에서 근무하는 아시아계(AAPI)로는 2번째가 된다"고 밝혔다.
상원 인준을 받으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정식 임명된다.
제9 연방항소법원은 특히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방항소법원으로 미 서부지역이 관할구역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물론이고, 워싱턴, 네바다, 애리조나, 하와이주 등이 포함된다.
백악관은 고 판사가 "2010년부터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면서 2008~2010년에는 샌타클라라의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 판사를 역임했다고 밝혔다.
고 판사는 2014년 끝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소송 1심을 맡아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배심원단 평결을 수용해 삼성이 애플 특허 3건을, 애플은 삼성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그러나 2심에서 뒤집어졌다. 2심에서는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특허무효 2건, 비침해 1건으로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판사는 또 지난해에는 각 지방정부·시민단체·미국 원주민 단체 등이 연합해 제기한 상무부의 2020년 인구총조사(센서스) 조기 마감 계획 반대 소송 주심이었다. 그는 당초 9월 30일로 예정됐던 센서스 종료 시기를 10월 15일로 늦췄다.
고 판사는 연방대법원 판사 후보로도 오른 바 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후보 대선 진영에서 연방대법관 후보로 거론된 바 있고, 같은 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된 적도 있다. 그러나 연방항소법원 지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상원 인준이 물거품이 됐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 인준 가능성이 높다.
한편 1968년 워싱턴DC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뒤 1993년 하버드 법대에서 법학박사학위(JD)를 받았다.
특허·영업비밀·상법 전문가다.
남편은 캘리포니아주 대법권이자 스탠퍼드 법대 교수인 마리아노-플로렌티노 큐엘라로 슬하에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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