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탈레반, 채찍·몽둥이로 여성 시위 진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9 04:01

수정 2021.09.09 04:01

[파이낸셜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파키스탄 대사관 인근에서 7일(현지시간) 탈레반 병사가 반파키스탄 시위대에 총을 겨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파키스탄 대사관 인근에서 7일(현지시간) 탈레반 병사가 반파키스탄 시위대에 총을 겨누고 있다. 로이터뉴스1

탈레반이 8일(이하 현지시간) 남성으로만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설립에 항의하는 여성 시위대를 채찍과 나무 몽둥이로 진압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전사들은 이날 수도 카불에서 여성 시민단체의 시위를 채찍과 나무 몽둥이를 동원해 진압했다.

당시 시위 장면을 담은 동영상에서 일부 시위대는 "어떤 정부도 여성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거듭, 거듭 자유를 노래할 것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또 다른 이들은 수일전 고르주에서 살해당한 임신한 여성 경찰관 사진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여성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폭행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심각한 위협 속에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고 있다.

7일에도 카불에서 히잡을 쓴 여성들이 시위에 참가했다. 당시 시위는 지난달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장악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지난 주말에도 여성 시위대는 수도 카불에서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8일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최근 발표된 정부 조직에 여성이 단 한명도 들어가 있지 않은 점을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 시위 참가자는 여성 시위대 상당수가 "채찍에 맞았다"면서 탈레반이 "집에 돌아가 (탈레반) 토후국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성은 한 명도 포함되지도 않고, 여성의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데 왜 우리가 토후국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시위 참가자는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구금됐다면서 이들의 석방도 요구했다.

그는 "기자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던 모든 남성들이 체포됐다"면서 "도대체 이같은 일을 왜, 그리고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탈레반이 "변할 수 없음을 입증했다"면서 "국제사회에 묻는다. 특히 지난 20년간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한 이들에게 묻는다. 오늘 여성 인권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울부짖었다.

그는 아울러 탈레반이 단순히 시위를 지켜보던 청소년들도 구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16살짜리 남학생이 가방을 등에 진채 붙잡혀 매를 맞았다"면서 "그는 팔과 온 몸에 멍이 들었다. 도망쳤지만 탈레반 2~3명이 그를 뒤쫓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탈레반이 발표한 아프간 과도정부에는 여성, 종교적 소수그룹, 축출된 전 아프간 지도부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자문 역할도 맡지 못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재점령한 뒤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정부를 구성하고, 20년전에 비해 더 온건한 이슬람 통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성 등 소수는 정부 구성에서 제외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