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가정법원의 인도 심판 모두 불이행해 기소
대법 "자녀의 복리 침해, 형사 범죄 성립 가능"
미성년자 약취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
대법 "자녀의 복리 침해, 형사 범죄 성립 가능"
미성년자 약취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미성년자유인과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A씨는 2009년 딸 B양을 낳았다. A씨 부부는 시간이 흘러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프랑스 법원은 B양의 거주지를 부인 C씨 집으로 정하면서 A씨에겐 면접교섭권을 부여했다. A씨는 2014년 면접교섭을 위해 B양을 한국으로 데려오며 한 달 뒤 돌려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A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C씨와의 연락마저 끊었다. 이에 C씨는 2015년 4월 한국 법원에 ‘피해아동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인도’를 청구했고, 이듬 해 법원은 ‘피해아동의 인도를 명하는 심판을 했다. C씨가 심판 확정까지 4차례에 걸쳐 화상통화와 프랑스어 지도 등에 대한 인용 결정을 받았지만, A씨는 이를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프랑스 법원에서 이혼이 선언됐고 친권자와 양육자가 모두 C씨로 지정됐다. 한국 법원은 이를 근거로 B양을 돌려보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B양을 데려가기 위한 강제집행 절차가 시작됐지만, B양은 이미 한국 생활에 익숙해져 거부해 실패했다. 이후 A씨는 미성년자유인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보육·양육권을 현저히 침해하고, 힘을 사용해 아동을 자신의 지배하에 둔 것”이라며 미성년자 약취죄를 인정했다. 다만 ‘기망’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미성년자 유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2심도 A씨의 유죄를 인정했지만, 딸을 인도하는 등의 이유로 형을 다소 감형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자녀의 복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가정법원의 심판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A씨의 행위로 B양이 프랑스어를 완전히 잊고 C씨와의 유대관계까지 잃어버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강제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런 행위는 법원의 확정 심판 등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미성년자 약취죄를 인정한 첫 사례로, 부모의 분쟁 상황에서 미성년자의 자유와 복리를 충실히 보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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