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상정보공개 폭증하는데…불분명한 거주지 두고 '우왕좌왕'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09 18:18

수정 2021.09.09 18:18

신상정보 신규등록자, 2008년 264건→2019년 1만2808건
2019년 주소지 허위기재 등록의무위반 입건 4503명
당장 성범죄 수사해야 하는 경찰, 1인당 30명 담당
"여러 기관·절차 거치며 신속성·정확성 떨어져"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신상정보공개 명령을 받은 성범죄 전과자가 거주지를 허위로 신고한 뒤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신상공개명령 등록·공개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기적으로 등록된 거주지를 확인해야 하는 경찰이 현장방문을 하는 경우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 데다, 거주지를 허위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신상정보공개 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법무부, 경찰, 여성가족부로 흩어진 관리부처를 일원화하는 등 신상정보공개 대상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 의무위반은 늘어나는데…처벌은 '솜방망이'
9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중형주의 형사제재의 실효성에 관한 평가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거주지, 휴대전화번호 등 등록 의무위반으로 입건된 등록대상자는 4503명으로, 경찰이 관리하는 등록 성범죄자의 6.4%로 집계됐다. 대부분 대상자에게 경고한 뒤 심각한 사례만 입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등록 의무위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등록 의무위반자 증가 추세에도 경찰이 현장방문을 통해 등록된 거주지를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성범죄자가 처음 실거주지 정보를 등록한 경우 42%가 직접 대면방식으로 확인하는 반면, 주기적 등록정보 진위·변경 여부 확인 시 현장방문을 한 경우는 3.9%에 불과했다.

실제 현장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거주지를 허위로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상정보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참작해 수십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거주지를 허위로 신고해도 벌금 50만~100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정보들은 확인이 바로 가능하지만, 실거주지는 작정하고 속이려면 속일 수 있어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신상정보등록·공개 건수
(건)
신상정보등록·공개 건수
신규등록 누적
2008 264 264
2009 868 1132
2010 1000 2132
2011 1944 4076
2012 3730 7806
2013 5862 13668
2014 10419 24087
2015 12779 36866
2016 11423 48289
2017 12614 60903
2018 14053 74956
2019 12808 87764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여러 기관·절차 거치며 정보 정확성 떨어져…"합리적 조정안 필요"
전자감독제도와 마찬가지로 신상정보등록·공개 대상자는 늘어나는 반면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인력 충원이 충분치 않아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인 대상 성범죄에 신상정보 등록·공개가 적용된 2008년 264건이었던 신규 등록 건수는 2019년 1만2808건으로 12년간 47.5배 늘었다. 등록정보 진위확인 업무 강화가 맞물리며 경찰 1명은 담당 수사건수, 등록대상자 관리 건수를 포함해 평균 30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찰은 눈앞에 떨어진 성폭력 수사가 우선시 되다 보니 등록대상자들에 대한 현장방문이 어렵다"며 "가족들에게 성범죄 전과를 숨기기 위해 실제 거주지와 등록된 주소지에서 왔다갔다하는 등 꼼수를 쓰는 등록대상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업무 분담체계를 일원화하고, 원활한 정보공유를 통해 제도 효율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법무부는 등록정보 관리, 경찰은 등록대상자 관리, 여성가족부는 공개·고지업무를 맡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등록대상자들의 정보에 대한 정확성을 담보하려면 등록정보 관리가 잘 이뤄져야 하지만, 여러 기관과 절차를 거치면서 정보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9만명에 달하는 등록대상자들을 모두 법무부에서 관리하기는 어려워 보호관찰·전자감독대상자인 경우 경찰이 현장방문을 하지 않더라도 정보공유 방식으로 대체하는 합리적인 조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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