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남산 3억원 위증 사건'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동피고인의 경우 서로가 서로에 대한 증언을 인정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피고인이 다른 피고인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없다"며 다른 판단을 내렸다. 증인으로 설 수 있는 '자격'이 없어 위증죄가 성립이 안된다는 것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최창훈 부장판사)은 위증 혐의로 기소된 신 전사장과 이 전 은행장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신 전 사장은 2010년 9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대표 횡령·배임 혐의 고소와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벌금 2000만원이 확정됐다. 이 전 은행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해당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이 불거졌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08년 2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은행장을 시켜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 측에 현금 3억원을 당선축하금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 이들은 3억원 전달에 주도적으로 기여했는데도 신한은행 고소 직전까지 몰랐다고 부인하는 등 자신들 재판에서 각각 상대방 혐의의 증인으로 나와 위증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해당 위증혐의에 대해서 위증의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증인으로 설 자격이 없어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증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증인'이라는 조건이 필요한데 증인 조건 충족이 안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피고인은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해 증인이 될 수 없고 소송이 종국적으로 분리되기 전까지는 마찬가지라고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으로 신문해야할 실익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어렵다"며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공동피고인 이었다가 변론을 분리한 후 한 사람을 공범에 대한 증인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와는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소송절차가 분리된 공동피고인의 경우 다른 피고인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소송절차가 분리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자기의 범죄사실에 대해 허위진술할 경우 위증이 성립한다고도 판시한 바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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