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용두사미가 됐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에게 금품을 받은 이들의 혐의는 사실이지만 대가성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로비', '뇌물'이 아니라 '김영란법' 위반으로 일단락됐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모씨(43) 등 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사건을 형사3부에 배당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수산업자를 사칭해 110억원대의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된 김씨가 지난 4월 경찰 조사에서 돌연 “현직 부장검사와 언론인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모 광주지검 순천지청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배모 총경(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중앙일간지 이모 논설위원 △종합편성채널 정모 기자가 줄줄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또 공개된 김씨의 ‘선물 명단’에 국민의힘 주호영·김병욱 의원, 김무성·이훈평·정봉주 전 의원 등 유력인물이 대거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평소 재력가 행세를 했던 김씨는 정치·법조인들에게 수산물 등을 뿌리며 친분을 유지한 뒤 이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물을 받은 이들은 김씨 사기의 ‘들러리’로 이용된 것이다.
경찰은 5개월간의 수사 결과 입건된 이들에게 제기됐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김씨로부터 렌터카를 빌려 탄 혐의를, 이 검사는 명품지갑과 자녀 학원비를 받고 차를 빌려 탄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전 논설위원은 골프채 세트를, 엄 앵커는 차량 무상 대여와 ‘풀빌라 접대’를 받은 혐의다. 이 논설위원은 김씨로부터 렌터카를 빌리고, 정 기자는 대학원 등록금을 대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 송치됐다.
다만 입건자 중 배 총경은 수산물과 벨트 등을 받았으나 그 가액이 청탁금지법 기준(1회 100만원 또는 1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불송치됐다. 주 의원도 수산물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와 입건 전 조사를 받았으나 금액 기준이 넘지 않아 입건되지 않았다.
이밖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수산물을 받았으나 가액 부족으로 입건 전 조사 대상도 되지 않는 등 김씨로부터 선물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목이 쏠렸던 뇌물 혐의는 결국 적용되지 않았다. 김씨가 전방위적으로 선물을 보내긴 했지만 대가를 받은 정황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단순히 인맥을 과시하기 위해 유력인사에게 선물을 보냈다고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건을 규명하는 것은 검찰에 넘어갔다. 검찰은 경찰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김무성 전 의원이 김씨로부터 차량을 무상 렌트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