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자영업자 금융지원에 한은도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0 15:43

수정 2021.09.10 15:47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중 물을 마시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한국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을 매입하는 포용적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중 물을 마시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한국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을 매입하는 포용적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한국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을 매입하는 포용적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다. 윤 원내대표의 선의는 이해할 만하다.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자영업자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빚은 3월말 기준 832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9%가량 급증했다.
이 판국에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자영업자들로선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윤 원내대표가 한은에 포용적 금융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그는 한 토론회에서 "한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 중앙은행처럼, 양적완화뿐 아니라 질적완화, 나아가 포용적 금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윤 원내대표는 공개적이고 구체적으로 한은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 매입을 요청했다.

 코로나 위기는 경제 비상사태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은 한계에 이르렀다. 비상사태가 닥치면 대책도 비상해야 한다. 한은이 자영업자 대출채권을 매입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윤호중 아이디어'를 무조건 배척할 건 아니다. 중립성에 손상을 입지 않고, 발권력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다. 먼저 박근혜정부는 2015년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해 인기를 끌었다. 고금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 고정형 대출로 바꿔주겠다고 하자 구름 인파가 몰렸다. 이때 한은은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을 보강(출자)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안심대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주담대 채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자영업자 대출채권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바로 지난해 한은과 정부(산업은행)는 저신용등급 기업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매입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V)를 세웠다. 한은은 8조원, 산은이 2조원을 댔다. 대한상의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회사채·CP 매입기구(SPV) 도입이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은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지원 속에 기업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코로나 수렁에서 탈출하는 중이다.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더욱 폭넓은 금융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다만 그 방식이 한은을 윽박지르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한은법은 한은의 중립성과 자주성을 보장한다(3조). 이미 한은도 금리인상 기조 아래서 취약계층을 돕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하순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금리인상)를 해나가되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1순위 지원 대상은 자영업자다. 한은과 이 총재가 낡은 관행을 핑계로 무조건 손사래를 치기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추가적인 자영업자 지원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동시에 정치권은 더이상 한은에 공개 압력을 넣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자꾸 정치가 나서면 내년 대선 때문에 그런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