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로부터 입건되면서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점에서 여론이 받는 충격이나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당분간 이번 수사 및 파장이 모든 정국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공수처 3부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 규명을 위해 관련자를 입건하고 금일 수사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가지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간담회 직후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건하라고 하십쇼"라며 자신의 무혐의에 자신감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고발장) 작성자가 확인이 돼야 신빙성 있는 근거로 의혹도 제기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게 없는 문서는 소위 괴문서"라며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의 희비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공수처 수사에서 윤 전 총장 개입 혐의가 드러날 경우 야권 대선 순위가 요동치는 등 1위 후보로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반면에 무혐의가 나오거나 수사 결과 윤 전 총장의 혐의점이 일부 드러나도 여론이 납득할 물증이나 설득력이 없는 경우,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입지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여야 모두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유력 대선주자 입건 충격속에 강력 반발했다. 허은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오늘 공수처를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만행을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보았고, 이는 역사에 반드시 기록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실체나 수사 결과 예측 모두 어려운 점에서 무작정 윤 전 총장 방어에 나설 수 없는 지도부의 고민도 커 보인다.
윤 전 총장도 이번 사태는 대선주자로 운명이 좌우될 주요 갈림길이 되고 있다.
당내에서 홍준표 의원이 강력한 라이벌로 급부상한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은 운신의 폭을 좁히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윤 전 총장 본인이나 야권의 주장처럼 사건이 실체가 아직 드러난 것이 없고 결과도 내용이 없을 경우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 정국이 오히려 핍박받는 야당 지도자로 부각될 수 도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권은 지도부나 주자들이 모두 윤 전 총장을 겨냥한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자신의 SNS에 "2021년 윤석열 검찰에서 일군의 '위험한 엘리트'들의 모습을 다시 본다"며 "이제 (검찰) 개혁으로는 안 될 것 같다.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윤석열 게이트는 사상 초유의 검당 유착"이라며 "윤석열 사단발 국민의힘의 막장 드라마에 국민의힘이 공동 주연이 되려는 건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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