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조씨는 지난 1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내가 대검과 다른 수사기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사람이 맞다"며 스스로 신상을 공개했다. 조씨는 지난 6~7월 사이 뉴스버스에 국민의힘 김웅 의원 관련 캡처 자료를 제보했다. 이어 지난 2일 첫 보도가 나간 이후 약 일주일만에 언론에 등장해 자신이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혔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2021년판 김대업 사건"으로 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2의 김대업식 정치공작을 벌이려 한 것은 아닌지, 차고 넘치는 의심 정황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야권이 '김대업 사건'을 떠올리는 이유는 '언론보도→제보자 공개 등장→수사 착수'로 이어지는 사건의 흐름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직 의무 부사관 출신이었던 김대업씨는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둔 2002년 7월 이회창 한나라당 (1997년 대선 때는 신한국당)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군 면제 비리 의혹을 터뜨렸다.
김씨는 당시 인터넷 언론 등에 "15대 대선 직전 한나라당 의원과 병무청 고위 관계자들이 장남 병역 관련 비리 은폐를 모의한 대책 회의 녹취록이 있다"고 제보했다. 이후 언론에는 "은폐 모의 후 장남의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갔다. 그 후 김씨는 직접 서울지검으로 찾아가 이 후보를 고소했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 부인도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김씨는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던 2002년 초 서울지검에서 병무 비리수사에 협조하던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김길부 병무청장(당시 뇌물수수로 긴급체포)에게 관련 자백을 유도해 이를 바탕으로 언론에 제보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결국 이 후보 아들 병역 면제 의혹에 대해 무혐의 종결했다. 김씨는 2004년 공무원 자격 사칭·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1년 10개월 징역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이회창 후보는 2002년 대선에서 2.33%p 차이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후보에 패배했다. 병영 논란 사건이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도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인터넷 언론 보도에 의해 최초 제기됐으며 이후 제보자인 조씨가 직접 신상을 밝혔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김대업 사건'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 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업 사건은 대선 후 사실 무근으로 결론났지만 영향이 컸다"며 "이번 고발 사주 의혹도 대선까지 남은 6개월간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정치공방만 하다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연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