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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 일주일, 엘살바도르선 어떤 일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3 14:58

수정 2021.09.13 14:58

지갑앱·ATM 기술적 오류 지속
기술적 문제 해결되면 해외송금 수수료 절감
[파이낸셜뉴스]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BTC)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지 일주일이 됐다. 현지인들은 해외송금에 대한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한 혼란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을 대중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갑앱·ATM 오류 잇따라

엘살바도르의 산타테클라에 있는 한 현금지급기(ATM)에 비트코인 전자지갑 '치보'에 있는 비트코인을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엘살바도르의 산타테클라에 있는 한 현금지급기(ATM)에 비트코인 전자지갑 '치보'에 있는 비트코인을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13일 업계와 엘살바도르 현지 미디어들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사용한지 일주일째 비트코인 사용이나 지갑 애플리케이션(앱)인 '치보(Chivo)' 접속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세의 엘살바도르 문신 예술가 멜빈 바스케즈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법'이 발효된 지난 7일 치보를 스마트폰에 내려 받고, 수도 산살바도르 외곽 한 식당에서 피자를 사려고 했는데, 접속할 수 없었다"며 "더 준비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등 앱마켓에도 불만 섞인 후기가 쌓이고 있다. 구글 플레이에서 치보 앱의 평가점수는 5점 만점에 2점에 그치고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법 시행 직후 발생한 치보 앱의 오류를 수정했다고 했으나 여전히 사용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후기를 통해 "치보를 내려받아 필요한 정보를 모두 입력했지만, 내 개인식별번호나 얼굴 인식을 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앱을 열었는데 회원가입 메뉴는 없고 로그인 메뉴만 있다"며 "왜 이런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전역의 전용 현금지급기(ATM)에는 긴 줄이 형성됐다. 정부가 준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국민 1인당 30달러(약 3만5000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엘살바도르의 월 최저임금이 365달러(약 43만원)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현금지급기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이 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현금지급기는 하루종일 단 3명의 업무만 처리했다.

해외송금 수수료 절감이 정책 목표

엘살바도르 아포파 지역에 있는 한 피자집에서 이용자가 비트코인 지갑 '치보'로 결제하기 위해 이용자가 개인식별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엘살바도르 아포파 지역에 있는 한 피자집에서 이용자가 비트코인 지갑 '치보'로 결제하기 위해 이용자가 개인식별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법은 해외 송금에서 이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는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가량이 해외 송금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외로 돈을 벌러 간 국민들이 현지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돈이다. 연간 송금액은 6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인구의 39%인 250만명이 치보 앱을 내려받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에서 엘살바도르로 미국 달러를 송금할 때 보통 10% 내외의 수수료가 부과되는데, 비트코인으로 송금할 경우 수수료가 없어 연간 4억달러(약 4700억원) 내외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엘살바도르 정부의 계산이다.

캐다다에 거주하는 하이메 가르시아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엘살바도르로 송금하기 위해서 금융업체인 웨스턴유니언을 이용하는데, 100달러(약 12만원)를 보내려면 25달러(약 3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하고, 3일이나 걸린다"며 기존 송금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치보 지갑을 송금에 활용할 경우 으로 송금한다면 수수료는 들지 않는다. 엘살바도르에 사는 가족은 치보에서 현금인출을 지원하는 전국 200개 현금지급기를 통해 미국 달러로 인출할 수 있다.
다만 송금 수수료를 절감해 더 많은 송금이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적 목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치보 앱과 전용 현금지급기의 결함을 해소하고 부족한 현금지급기를 늘리는 등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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