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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노원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사형 구형…"영원히 사회서 격리해야"(종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3 14:43

수정 2021.09.13 16:07

"김태현, 재범 위험성 높아…교화 가능성도 없어"
김태현 준비해둔 쪽지 보며 "평생 죄책감 갖고 살겠다"
지난 4월 검찰 송치 전 김태현(25·구속)이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요청에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월 검찰 송치 전 김태현(25·구속)이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요청에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25)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3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태현의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 재판에서 김태현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檢 "재범 위험 크고 반성하는 모습 안 보여"
검찰은 "세 명의 피해자가 하룻밤 사이 사망했고, 이로 인해 단란했던 가정은 순식간에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며 "그럼에도 김태현은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유족들에게 심적 고통을 안겨줬음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고, 진정한 참회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언론에 노출된 김태현의 언행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에 대한 생각에만 매몰된 나머지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유족과 국민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감정만을 표출했던 일종의 퍼포먼스"라며 "김태현이 제출한 반성문 내용을 살펴보면 범행 후 처하게 된 상황에 대한 후회, 가족에 대한 미안함만 나타나 있고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태현의 재범 위험성 평가결과는 총점 13점으로 높으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비춰 교화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김태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통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현은 최후진술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가져온 쪽지를 보며 "더 이상 이 세상의 보지 못하는, 하늘에 계신 고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평생 죄책감 갖고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살겠다.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태현 측 "피해자와 특별한 사이" 취지 주장
김태현 측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피해자인 큰딸 A씨가 "(김태현과) 함께 노는 것이 즐겁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꿍얼대지 말고 말하라"고 했다는 등 A씨와 특별한 관계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태현 측 변호인은 "술을 마신 후 A씨에게 힘든 처지를 얘기하며 눈물 흘리고, A씨는 손을 잡아주며 위로했느냐"라고 물었고, 김태현은 "네"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은 "당시 김태현과 A씨의 관계가 연인으로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있었느냐", "마치 연인관계에 있었던 것처럼 진술했는데 A씨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고, 김태현은 즉답을 피한 채 거듭 "죄송하다"고 답했다.

김태현이 재차 검찰 측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하자 재판부는 "죄송하다고 대답하지 말고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라고 대답하라"고 했고, 방청석에서는 "어디 죄송하긴 죄송해"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있다. /사진=뉴시스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무릎을 꿇고있다. /사진=뉴시스

■김태현 측 "큰딸 외 가족 살해는 우발적"…檢 "진술 일관성 결여"
김태현 측은 이날 법정에서도 일관되게 "큰딸 외 가족 살해는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태현 측 변호인은 "A씨 집 찾아가 A씨를 살해할 계획이었는데, 다른 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느냐"고 물었고 김태현은 "위협할 생각으로 청테이프로 손과 입을 결박하고, A씨가 귀가하면 A씨를 살해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김태현은 또 "애초에 동생 B씨를 살해할 의사가 있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김태현은 첫 번째 경찰 조사 당시 B씨와 20~30분간 침대에 말없이 앉아있다가 큰일이 벌어졌고, 좋지 않은 상황을 감지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만 진술했다"며 "그런데 현재는 B씨의 눈을 (청테이프로) 가리려다 보니 B씨가 저항해 갑자기 없던 살의를 느껴 숨지게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기관 조사단계에서 진술과 법정에서 진술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김태현의 진술에서는 이 일관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태현에게 "어떤 경위로 B씨 살해했는지 기억나지 않느냐"고 물었고, 김태현은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부 유족은 방청석에서 "죄를 뉘우치면 진실을 말하라. 그게 유족에 대한 예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큰딸 A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접근하다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난 3월 23일 오후 4시40분께 A씨의 거주지로 찾아가 A씨의 동생과 모친,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A씨가 번호를 변경하는 등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자 A씨를 스토킹하고, 범행 후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해 대화내역과 친구목록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현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다음 달 12일 오전 북부지법에서 열린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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