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는 추석명절 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조상을 모신 묘에 자란 잡초를 정리하는 작업이 벌초다. 중장년층들은 벌초와 관련된 기억이 많다. 불가피하게 벌초를 못하게 되면, 불효가 아닌가 해서 잠을 뒤척인 경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이 모여 선산 벌초를 하는 경우도 흔했다. 추석 1~2주 전 주말 벌초 행렬이 쏟아지면서 명절 당일보다 고속도로가 더 막히기도 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거리두기 강화로 벌초대행 서비스가 인기라고 한다. 농협중앙회, 산림조합 등이 신청을 받아 대신해 준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단위농협 중심으로 지난해 추석 때 2만4000여건의 벌초대행을 했다고 한다. 올해는 3만3000건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림조합은 2019년 3만9000건 정도였는데 올해는 5만5000건까지 늘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 전문회사들도 성업 중이다. 코로나 수혜 업종인 셈이다. 비용은 묘소 1기당 평균 8만5000원(산림조합 기준) 정도다. 농협은 벌초대행 전용 모바일 앱까지 내놨다. 벌초 후 깔끔해진 조상 묘 사진을 전송해주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코로나 핑계를 댔지만 벌초대행 서비스는 1990년 중반 이후부터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지역사회는 고령화됐다. 특정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는 경우에도 수십기의 조상묘를 벌초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효가 두려워 벌초대행업체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코로나는 이를 한층 가속화시켰다. 벌초대행, 온라인 성묘, 택배로 배달받는 차례상. 코로나 속 2021년의 추석 풍경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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