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부임한 친강 대사는 중국 '늑대전사(전랑·戰狼) 외교'의 대표주자다. 전랑 외교는 중국의 액션 영화 '특수부대 전랑'에서 유래됐다.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공세적으로 변한 중국 외교를 상징하는 말이다.
55세의 친 대사는 톈진 출생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믿을만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시 주석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친 대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대변인, 부부장 등 요직을 지냈다.
미국 보수잡지 내셔널리뷰는 10일(현지시간) 친 대사가 전달 31일 비정부 기관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가 주최한 비공개 줌회의에서 이 같이 독설했다고 보도했다.
친 대사는 회의에서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에게서 미국과 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각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화 여건을 조성하려면 미국 정부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 뒤 "이견을 해결할 수 없다면 제발 닥쳐라"라고 말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친 대사의 발언에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회의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오랫동안 중국을 상대한 전직 관료들과 학자, 기업가 여럿이 자리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이후 이날 회의를 친 대사를 환영하는 행사였다고 설명하면서 친 대사의 발언록을 게재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친 대사의 발언은 뺐다.
친 대사는 회의뒤에는 속 마음을 숨긴 두 얼굴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는 "환영 행사를 열어 준 NCUSCR에 감사하다. 키신저 박사의 참석에도 감사하다"며 "우리의 논의를 계속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친 대사는 지난 2월 중국-동유럽(CEEC) 정상회의에서 브리핑 과정에서 중국을 더럽힌 국가와 개인은 악의 늑대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영어에 능통한 친 대사는 외교부 대변인 시절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중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앞장서는 신세대 외교관으로 간주된다. 그는 중국의 국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전랑외교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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