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동산도 주식도 못해"… 꿈 잃은 청년들, 온라인도박에 푹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6 18:11

수정 2021.09.16 18:11

연1만5000명 도박 상담 요청
2030세대, 전체의 65% 차지
청년층 온라인도박 중독 심각
예방프로그램 등 대안책 시급
"부동산도 주식도 못해"… 꿈 잃은 청년들, 온라인도박에 푹
#. 불법 스포츠 토토로 수천만원을 날린 박모씨(27)는 새벽까지 잠을 설친다. 그러면서도 박씨는 유럽 축구리그 까지 훑어보며 재기를 꿈꾼다.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계속 빌리고 있어 친구들과도 관계가 멀어졌다"며 "끊고 싶어도 잃은 돈은 토토로 복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2030의 온라인도박 중독이 심각 수준을 넘어섰다. 꿈과 희망이 사라진 청년들이 도박으로 인생역전을 노리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도박 중독 증가세는 코로나19 '집콕'도 영향도 있다"며 "정규 교육 과정에 온라인 도박 중독의 폐해를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이후 도박문제 상담↑

16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9월 13일 현재 헬프라인 접수 건수는 1만3978건이다. 2019년 1만4858건에서 지난해 1만6445건으로 2000건 가까이 증가한 이후 올해에도 이미 1만4000건에 육박한 만큼 매년 접수 건수를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헬프라인은 도박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상담을 요청하면 전문 상담가에게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연령별 도박자 비중을 보면 2030세대가 주를 이룬다. 2019년 기준 도박자 4974명 중 3265명이 2030세대로 전체 65% 이상에 달했다. 이들은 온라인·모바일과 익숙해 온라인불법도박에 비교적 더 노출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도박자 중 9%가량을 차지한 19세 미만 청소년들 사이에선 달팽이, 로하이, 파워볼, 소셜그래프 등 불법도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불법도박의 80% 이상이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투자 열풍이 불어오면서 도박조차 이에 활용하는 인원이 늘었다.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하는 이모씨(30)는 "부동산은 기대도 안 하고, 주식은 전문지식이 부족할 뿐더러 긴 시간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며 "정말 운으로 순식간에 2, 3배를 벌 수 있는 점이 도박을 이용하는 이유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불법 도박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포츠 경기가 현격하게 줄면서 경기가 없어도 단 몇초 만에 베팅 결과를 알 수 있는 '바카라' '사다리게임' 등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초기 가입 시 이른바 '꽁머니'(공짜 사이버머니)를 주는 식의 일종의 불법 온라인도박의 영업행위도 젊은 층을 유혹하는 요소 중 하나다.

■청년 도박 심각해 국가가 나서야

청년세대의 온라인도박 중독 문제는 학계에서 꾸준이 논의되고 지적돼 왔다. 이옥희 경동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대학생의 도박성 게임 경험이 도박문제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대학생을 포함한 20대의 도박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사회초년생으로서 자립해야 하는 시점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불법 스포츠 토토는 참여자도 실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이 자칫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아직 도박중독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뼛속 깊이 알고 있지 못한 듯하다"며 "문제가 심각해져 범죄 수준까지 가야 중독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상담센터에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단계에 이른 후 방문을 한다"며 "상담사들도 이런 케이스를 볼 때마다 더 일찍 왔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초·중·고 교과 과정, 대학의 교양 과정에 도박 교육·예방 프로그램을 배치해야 한다"며 "도박의 중심에 온라인·모바일에 익숙한 청년세대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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