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어린 시절 타국에 나가 힘든 과정을 거쳐 글로벌 인재가 된 고국의 소녀가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걸그룹 블랙핑크의 태국인 멤버 리사를 바라보는 고향 태국의 마음이 저러한 듯하다. 리사의 솔로 앨범에 태국 정부가 직접 논평을 내는 등 연일 고향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블랙핑크 리사 솔로 앨범에 대해 “치열한 한국 음악 산업에서 힘든 훈련과 연습 과정을 거쳐 국제적으로 유명한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가 된 리사에게 경의를 표한다"라며 "그의 결단력, 꿈을 위한 투쟁은 태국인에게 예술⋅음악⋅영화 분야에서 영감을 주고 있다”고 타나꼰 왕분꽁차나 태국 정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태국 일간지 방콕포스트도 1면에 리사의 사진과 기사를 실었다.
지난 10일 공개된 리사의 첫 솔로 앨범 ‘라리사’의 반응이 뜨겁다. 유튜브 첫 공개 24시간 동안 7360만 뷰를 기록하며 전 세계 솔로 가수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올렸다.
이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9년 4월 발표한 ‘미!(ME!)’(6500만 뷰)를 뛰어넘었다.
리사의 본명은 라리사 마노반으로 태국 부리람주 출신이다. 그의 인기에 태국이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유명 가문 또는 상류층이 아닌 서민층 출신이기 때문.
태국은 왕과 귀족이 존재하는 계층 사회다. 이른바 ‘하이쏘’로 불리는 상류층이 부와 명예를 독점했고, 대부분 화교 혹은 화교 혼혈로 본토인들에 비해 피부가 흰 것이 특징이다. 아이돌 그룹 2PM의 닉쿤을 포함해 대외적으로 유명한 태국인은 대부분 이들 하이쏘에 속해 있다.
그런데 서민층으로 통하는 ‘로쏘’ 출신 리사가 YG 태국 오디션에 합격한 후 5년 3개월의 연습생을 거쳐 데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태국 관계자는 “리사의 자수성가 스토리에 태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리사는 진짜 신적 존재”라고 말했다.
리사는 자신이 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솔로곡 제목으로 자신의 본명을 택했고, 노래에도 태국 관련 요소를 곳곳에 담았다.
리사는 “이번에 태국 느낌을 너무 넣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프로듀서) 테디 오빠가 편곡을 딱 태국풍으로 해줘서 정말 감동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랏 끌라오’ 등 태국 의상을 입고 태국 전통 춤을 춘다. 고향 부리람주의 파놈 룽 역사공원 내 석성(石城)과 태국 전통 세공품들이 등장한다.
방콕포스트는 “현재 태국에서는 ‘랏 끌라오’ 모형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며 “쁘라윳 총리는 리사 뮤직비디오의 경이적인 성공을 뒤따라 창의 경제에서 가치를 더 키울 수 있게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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